도화 아래 잠들다 창비시선 229
김선우 지음 / 창비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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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의 두 번째 시집은 또다시 숙연케한다. 사실 시를 이처럼 맛깔나게 담글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더군다나 요즘들어서 그다지 호감가게 쓰는 시인을 만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아주 옛날의 그리운 것들을 성인이 되어서 그려내고 진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 많지 않은 그리움을 능청스럽게 진술하고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은 그녀의 노력 뿐만 아니라 그녀가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얼마나 탁월한지 깨닫게 해주는 부분이다. 시인의 글을 읽으면서 가끔씩 그 솜씨에 놀라면서 때로는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능력을 한탄하기도 한다.

시의 진정성이 배어나오는 시들은 참 뿌듯하다. 그것은 단순히 사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경험과 깊이 있는 사유를 넘어선 사물(아니면 현상을 묘사하는데)에 대한 깨달음에서 얻어지는 진술의 힘에서 맛보는 곰삭은 맛이다. 언어를 아우릴 줄 아는 것은 시인의 행복이다. 물론 그 행복을 얻기까지 흘러야했던 힘겨움은 자신보다는 독자들이 먼저 안다. 오랫만에 좋은 시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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