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줏빛 소파
조경란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그녀의 글은 단문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래서 속도를 내서 읽기에 상당히 좋은 편이다. 나는 매일 소통을 원한다. 아니 그의 말처럼 교통을 원한다. 그렇지만 항상 일상은 단조롭고, 그리고 늘 같은 사람과 함께 저녁을 먹거나 각자의 방에서 하루종일 한마디의 대화도 없이 사는 일이 반복된다고 할 수도 있다. 이런 일상들을 글들은 내 삶을 드려다 보는 일처럼 때로는 책 안에 깊이 빠져 있거나 혹은 그 내용들이 너무나 흡사하여 답답하거나 두려워지게 된다. 나의 자주빛 소파에 나오는 화자들은 어딘가 하나같이 동떨어진 삶에 있거나 아니면 타자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사회성 부족의 인간들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소년, 외국에 있는 애인에게 편지를 보내는 남자,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혼자가 되어버린 여자애, 뜨개질하는 여자 하나, 매번 남의 집에 들어가서 낮잠을 자고 나오는 아내, 그리고 매일같이 한 여자의 목소리를 찾아나서는 남자, 그리고 매일 누이에게 전화를 하는 동생 일상적이다. 그러면서 그 깊이 빠져들 수 있는 것은 작가가 직접 독자와 대화를 구사하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작가가 쓴 글이 아닌 어느 누구와 소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착각할 때가 있었다. (정말 가까이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것처럼 작가는 능청스럽다. 아니면 지극히 냉소적이거나.....

모두들 사회적으로 적응력 부족의 인간 군상들의 단편들을 보여주지만 실질적으로 우리들 삶, 그리고 우리들 주변에 너무나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우리는 항상 그런 상황들을 묵과하고 외면하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들이 든다. 조경란의 소설은 사람을 차분하게 하거나 내 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90년대 글쓰기에 조금은 떨어져 있는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조금은 동떨어진 흐름에 있다고나 해야 할까? 그녀의 글쓰기는 소외된 나, 혹은 나와 긴밀한 생활의 끈을 이어져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하지만 살며시 소년에게 망원경을 건네주는 장면은 아직도 세상을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심어준다.

세상은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아마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소통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 소통은 아직도 어색하고 쉽지 않은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