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 가는 길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5
하일지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경마장 가는 길]은 영화를 만들어 냈을 때는 다소 통속적이거나 아니면 너무 지루함을 줄 수 있는 작품이다. 읽어 본 사람들은 그 미묘한 심리와 분노 그리고 알 수 없는 집착을 과연 영상 속에서 그려낼 수 있을 지 많은 의문을 주었기 때문이다. 역시 [태백산맥]이 그랬고[죽음의 한 연구-영화 유리]가 그랬다. 내적 갈등을 표면화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것은 아닐까? 고도의 심리전이랄까? 아무튼 나는 몇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하일지의 경마장 가는 길을 읽었다. 또 선물도 했다.

그는 분노해 있고 늘 같은 음식과 같은 사건으로 갈등을 빚어내고 있다. 그 분노의 실감은 실로 글에서 전율을 느끼게 하면서 이 적절한 묘사와 진술이 나를 전율케 한다. 그리고 어디 들판에 던져진 테니스 공처럼 언제 우리의 시선에 발견될 지 모르는 곳에 꼭꼭 숨어 있는 것이다.

내 여자친구는 새벽에도 우리 집으로 불쑥불쑥 찾아온다. 그리고 말없이 녹음한 테이프를 주고 가거나 아니면 이거 읽다가 다 읽고 왔어, 이 책 형 한 번 읽어보라며 툭 던져놓고 간다. 가끔은 당혹스럽다. 그러나 습관이란 또 얼마나 우리를 무디게 하는가? 그녀가 다녀간 새벽 창문 틈에 경마장 가는 길이라는 책이 있다. 읽는다. 고마워서 아니면 궁금해지기 시작해서...... 다시 아침 8시에 학교에 가자며 집 창문을 두드린다. 그때까지 난 무디고 더딘 놈이라 그녀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결국 사랑하게 된다. 그것이 시작에 불과했지만 결국 연애도 늘 같은 생활의 반복과 익숙한 곳으로의 산책과 그리고 미묘한 분노와 집착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내가 그렇고 그녀가 그렇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렇다. 늘 반복되는 사건과 갈등 그리고 그 갈등 속에서도 빠른 문체를 바탕으로 전혀 지루하지 않은 전개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페이지-LOVE is BULE를 듣는다. 사랑은 우울한 파스텔 톤이라고 할까? 집착하지 않아야하는 것을 가르치는 [경마장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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