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의 강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여행은 떠나면서 책을 읽을 때 가장 집중력이 생긴다. 일반 스포츠 신문이나 일간지 그리고 경제신문 등 나는 내려갈 때부터 도착할 때까지 읽는 것을 즐긴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일단 한 번 읽고 나면 버리는 것이어서 여행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가방 속에 책 한 권을 넣고 떠나는 것이 습관이다.

일단 글씨가 한 눈에 들어와야 한다. 또, 어느 정도 짧은 분량이어야 한다가 전제 조건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모든 것을 충족시킨 작품이 류의 달빛의 강이다. 처음은 그냥 막연하게 글을 읽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아! 이거 옵니버스식의 소설구성을 가지고 있구나. 전혀 얽혀 있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촘촘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의 사랑은 어떤 조건을 많이 따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 단순히 느낌이다. 느낌으로 사랑하고 느낌으로 사물을 보고 느낌 그 자체로 자연스런 사랑이 이루어진다. 설령 그 대상이 나와 아무런 관련도 없이 그저 스쳐 가는 사람이더라도 말이다. 이 책 속에 나오는 사람들이 서로 알게모르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려야하지만

류 작품은 언제나 기존질서에 다소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 대상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노골적인 말들 사회를 바라보는 이단자들, 다소 보통의 사람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패턴의 삶을 사는 사람들 그러면서 늘 일본사회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이국에 대한 열망을 대변하는 것을 등장인물을 통해서 노골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따뜻하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냉소적이다.

냉정하게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드러내 보인다. 류의 작품이 갖는 공통점 중의 하나가 아닐까? 뭐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읽기에 편한 점도 있고, 우리들이 은닉하고 싶어하는 부끄러움들을 적날하게는 아니지만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것만은 사실이다.

쿠바라는 막연한 이국을 동경하는 사람들의 모임처럼 느껴진다. 그 속에서 사람들의 만남이 있고 그리고 그 만남 속에 각각의 구성원들의 삶이 가볍게 터치된다. 이제 글읽기에 짜임이 어떻고 상징이 어떻고 그런 것에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그냥이다. 보통에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물어보라. 나이키가 왜 좋은지 코카콜라가 왜 좋은지. 단순히 그냥이다. 류가 왜 좋은지 묻지 않아도 된다. 그냥이다.

상품의 질을 따지고 가격을 따지고 그럴 만큼 여유롭고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다. 아니, 설령 시간이 많고 남아 돈다하더라도 그런 일들은 하지 않고 싶다. 오랫동안 구축해온 이미지란 쉽게 깨어지지 않는 것처럼 우리에게 이미 각인되어진 것들은 구지 왜라고 묻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달빛의 강 왜 일 필요가 없다. 단순히 쿠바노래가 좋다. 그냥 쿠바라는 나라가 어딘가 은밀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는 막연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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