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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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태어나기 전부터 갈등을 예감하게 한다. [다섯째 아이]-벤
제 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 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 4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이상의 오감도 중-

[다섯째 아이]-데이비드와 헬리엇은 많은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미길 원한다. 적어도 다섯째 아이-벤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그것이 현실적으로 진행되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가정에 벤이 태어나면서부터 상황은 극적으로 반전되어지기 시작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벤은 아이 때부터 폭력적이고 아둔한 성격을 가진 아이다. 그가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데이비드와 헬리엇이 추구하는 행복은 다분히 추상적인 단어로 전락해 버린다.

다섯 째 아이[벤]과 그 가족들간의 갈등의 원인은 벤의 폭력성과 난폭함이 가족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인간은 다분히 자신과 동화하지 않거나 동질화되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것처럼...... 일상성과 동떨어진 것에 대한 두려움은 마침내 자신들의 자유와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결속력을 앗아가는 매개체가 되어 순식간에 평화롭던 그의 가족에게 이별이라는 필연적인 선물을 선사한다.

분명 뭔가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벤] -레싱이 말하는 유전자의 상징적 의미는 이질적인 현대사회의 개인주의와 폭력성 그리고 난폭함이라는 변형 유전자가 분명 다른 세계와의 갈등을 야기 시키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의 행복은 [벤]이 태어나면서 모두 허상이 되어 버린다. 남편은 돈버는 기계가 되고 아내는 아내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가족들은 가족들대로 각각의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가고 마침내 모든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살아간다. 모든 원인은 벤이 태어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현대 의학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난무한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과 너무나 밀접한 사회적 현상들이 아닌가?

나는 벌써13년 째 타지에 와서 살고 있다. 그것이 어떤 문제를 동반해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이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가족을 구성하면서 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데이비드와 헬리엇은 그 쉬울 것 같던 작은 소망이 산산이 무너진다. 그리고 각각의 일상적인 삶에서 점점 더 대화마저 없다.-그것이 바로 현실의 우리들이고 앞으로 우리들이 겪어야할 필연적인 통과의례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한국에서 살고 있는 남성들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 같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눈 여겨 보아야할 부분은 대략적으로 이렇다. 헬리엇이 아직까지 성 경험이 없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에 대한 시대적인 반응을 서술한 부분(그 여자는 사실 부도덕해, 그 여자는 남자에 미쳤어,-과거의 견해, 현재의 견해- 아마도 어린 시절 무슨 일이 있었을 거야. 안됐어-그러나 헤리엇은 단지 아무 남자와 뒹구는 것이 싫을 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많은 아이를 낳고, 가족끼리 끈끈한 유대를 통하여 함께 사는 것을 삶의 목표로했던 헤리엇과 데이비드. 그러나 [벤]이 태어나면서 맞이하게 되는 문제, 그리고 가족 개개인이 겪는 상처가 그들 가정의 행복을 앗아가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벤]은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먹고, 마시는 일 그리고 지나치게 어떤 대상에 집착한다. 그리고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히 폭력적이다.-(현대인은 누구도 자신의 삶의 자유을 억압당하거나 희생할 여지가 없으므로)

이 작품은 별 특이한 점은 없다. 단지 우리들의 현실과 너무나 밀접한 나머지 읽는 내내 답답한 감정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헬리엇은 인정하게 된다. 모든 것이 정리되어지고 나면 데이비드와 단 둘이 새 집에서 살게 될 것이라며 중얼거린다. 그리고 그들도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보통의 가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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