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프로는 광적인 집착으로 스킬을 연마한다. 어느 날 고흐가 귀를 잘랐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세잔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발전하고 있다.) 에밀레종에는 아이의 영혼이 숨쉬고 있어서 아름다운 종소리가 난다. 기막힌 자장면을 만들기 위해서 인육을 사용하는 어느 중국요리 집이 인기가 있다. 프로는 아름답다. 그러나 아름답지 않다.

향수를 읽으면서 이런 어구들이 자주 생각났다. 때로는 집착이란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만드는가? 나는 그루누이,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서 아름다운 여체를 탐닉하고, 어린 육체를 향수의 재료로 사용한답니다. 우리의 고뇌는 이 도덕적 문제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가 목표로 하는 최고의 길은 그만큼 자아와 끊임없는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프로는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슬픈 자아인 것이다. 그루누이 그대의 고뇌하는 밤과 도덕적 갈등에서 나는 또 한 번 그대의 운명을 불쌍히 여긴다. 그리고 우리가 어느 순간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안주하면 어떨까? 라는, 차라리 안주하면서 그 위치에서 만족이란 없을까?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부정하고 아니 자주 프로정신을 안타깝게 여기지 않았는가?

그래서 향수는 나에게 심취와 집착의 차이점과 동일함을 가르쳤다. 심취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어느 한 곳에 집중한다는 것을 말할 것이다. 그것은 도덕적인 문제를 가지고 다가설 여지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일에 대해서 아주 집중한다는 것이다. 집착은 또 어떤가? 부정적인 심취를 말하지 않을까? -도덕적으로 말이다.

버버리, 샤넬, 켈빈 클라인, 폴로등등 향수는 때로는 신선하면서 자극적인 향을 가지고 있다. 그럴 때마다 감정이 이상한 기류를 형성한다. 그만큼 민감해지는 이유는 뭘까? 향수는 그만큼 우리의 감각을 자극한다. 아주 매혹적으로 말이다. 향수는 쥐스킨트의 소설을 탐닉하고 가장 늦게 읽었던 책이었다. 구성상, 내용상의 커다란 충격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았으나 인간은 자신의 일로 인하여(집착으로 인하여) 너무도 쉽게 주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엔 도덕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그루누이의 열정을 사랑하는 것이지 그의 집착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위대한 작품을 남기기 위해서 인간은 스스로 파괴되어 가는 고뇌의 강을 서성거릴 수밖에 없다. 마침내 그 강에 발을 담그는 자는 영원히 그 마력과 흥분의 도가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되돌아서는 자의 고뇌를 생각해 보았는가? 그러면서 그들은 평범한 천재로 전락되어 가는 것이다.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난 운명이기를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내가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분명 아니지만 한 번 프로의 길로 들어서면 우리는 끝없이 갈등의 길을 걷게 된다. 자아를 자학하면서 말이다. 그루누이의 인간적 갈등을 꼼꼼하게 파헤치면서 그가 갖는 심리적 상황변화의 설정을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전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가 독서를 계속하고 심취하는 향수의 묘미가 아닐까?

그리고 그루누이는 마지막 작업을 시작한다. 아주 아름답고 어린 소녀를 병 속에 담아 내는 일을 말이다. 고뇌하면서 그리고 묘한 성취의 웃음을 흘리면서 자신을 조여오는 수사망을 느끼는지 어떤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리고 세간에 광적인 집착을 한 향수 제조 기술자의 살인 경위가 대문작 만하게 신문을 장악한다. 내가 구독하는 신문에 사내는 묘한 웃음을 흘리고 있다. (나쁜 놈) 나는 가볍게 신문을 넘긴다. 또 살인이군......우리는 그 웃음의 의미를 찾아서 향수의 책장을 넘길 것이다. -그루누이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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