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지성 시인선 118
허수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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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알죠? 당신이란 말 참 좋죠? 킥킥거리며 음산한 웃음을 흘리는 그녀, 그러나 시는 침울하고 우울한 감정을 우려내는 묘한 매력이 있다. 광녀 같기도 하고 때로는 삶을 달관해버린 듯한 젊은 여성이 환영처럼 스쳐간다. 그리고 마침내 화자는 귀향을 한다. 그곳이 어디일까? 그녀의 내면 속에 자리잡고 있는 집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누구에게나 이 힘들고 각박한 현실사회가 탈피하고 싶은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가끔씩 광인처럼 행동하고 싶을 때, 그리고 진저리가 나서 소리지르고 싶을 때 우리는 한 번, 위신 때문에 잠시동안 멈칫하게 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는 광인처럼 뭔가를 주절거리면서 자신만의 언어를 가지길 원하지는 않을까?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사랑에 좌절해서 소리지르고 싶어도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 번쯤 정말 미친척해 버리고 싶은 심정을 화자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당신, 세상의 모든 대상이 될 수 있는 당신. 그러면서 친근감 있고, 그러면서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지는 그런 당신. 결국 무의식적으로 돌아가는 회귀의 본능을 비정상적인 화자가 되어 택해야만 하는 현실은 어딘가 극적인 유머가 내재되어 있다.

어릴적 광인이 우리마을에 자주 찾아 온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유별나게 그와 친하게 지낸 적이 있다. 우수한 한자 실력하며 준수한 외모 그리고 풍설에 의하면 명문 집안의 자제, 모든 것이 경외의 대상이 될 수있는 조건을 가진 사내. 그러나 그는 여름 한 낮에도 겨울 외투를 입고 힘겹게 마을까지 찾아 오는 것이다. 어느날 누가 죽고 누구의 집에 경사가 있는 것까지 확실히 기억하는 것을 보면 내 어릴적 생각에도 어쩌면 그는 세상과 세상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흔한 말로 생쇼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엇이 좋아서 매번 입을 헤 벌리고 웃을까? 가끔씩 그가 궁금한 날이면 이 시집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결론은 이렇다. 모든 걸 달관해버리면 우리는 킥킥거리며 혼자만의 언어를 가질 수 있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세상과 사회적 통념과 싸워야하므로 우리의 몸은 언제나 힘들고 아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말 모든 것을 달관한 자가 웃을 수 있는 웃음은 어떤 형태일까? 세계든 자아든 아무리 부정해야 할 수 없을 때 그 쓰린 현실을 외면하면서 달관한 웃음이 킥킥...... 아닐까? 가끔씩 혼자서 킥킥거리는 날들이 있을 때 나는 오늘도 킥킥거리며 집으로 간다. 킥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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