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소년은 루비콘 강을 건너야 비로소 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나 그 세계로 입성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물살과 싸워야 한다. 사회는 기득권의 룰에 의해서 때로는 수용해야하고 때로는 눈 감아야하는 일들이 허다하다. 콜필드는 부조리와 위선으로 가득 찬 사회의 일원으로 막 루비콘 강을 건너고 있는 도중이다. 화자는 그러한 부조리와 위선에 심한 역겨움을 가지고 있다.

본문 내용 중에서 화자 콜필드는 헐리우드로 간 작가인 형과 자선단체에 드레스를 입고 가는 숙모의 모습(숙모는 그 모임에 드레스를 입고 가지 않는 다면 자선모임에 가지않을 것이라는 등의 생각)에서 강한 반발을 느낀다. 그는 순수한 작가정신을 좋아하고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보다 수녀들에게 자선금을 기부하기를 원한다. 세계를 보는 진정한 힘은 이러한 부조리를 버리고 진실된 것을 추구해야하지만 화자의 눈에는 이런한 물질적이고 형식적인 것들에 심한 환멸을 느낀다.

구역질 난다는 말, 소년은 자주 세계와의 관계에서 심한 환멸감을 느낀다. 기존의 룰과 형식을 파괴하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그리고 기존세계의 기득권자들은 누군가의 혁명적인 사고에 의해서 그 틀이 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다는 것에서 끊임없는 갈등이 야기되어지는 것이다. 콜필드와 기성세계(세대, 사회)와의 갈등은 이러한 룰에 의해서 심화되어지는 것이다.

이 글은 데미안을 생각나게 한다. 생명의 탄생은 한 세계를 파괴하면서 태어난다는 말 그러나 세계는 너무나 단단하고 견고한 틀로 짜여 있어서 세계를 파괴하고 혁명하기란 쉽지만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로 막 입성하는 순수는 결국 난관에 좌절하는 낙오자로 낙인찍힌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세계의 틀을 파괴하고 도전하려고 하는 자는 몇이나 될까? 우리는 항상 그 세계에 부딪치고 좌절하는 것이다. 비주류로 산다는 것에 대한 슬픔은 그만큼 높은 물살과 끊임없이 싸워야하는 괴로운 길이다. 이러한 괴로운 길을 가고 있는 우리의 화자. 콜필드, 그러나 우리는 화자의 낭만적인 생각들만을 옹호하기에는 이미 어느 정도 사화의 통념에 젖어있고 용기가 없는 것이 다수의 생각이 아닐까?

책이 우리에게 주는 좋은 점은 간접 경험이다. 그리고 우리가 경험했을 법한 일들이 진술되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와의 싸움은 언제나 힘들고 난관에 부딪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세계는 항상 우리에게 좌절을 벗아 나게 하고 극복하게 만은 하지 않는다. 다만 쉽게 동화되어버리는 나약함이 있다. 하루키가 말하고 있는 상실이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격식과 허영에 둘러싸인 세계로 들어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두려움을 수반하고 있다. 소년의 두려움과 세상과 나와의 갈등에서 오는 부조리는 세계의 틀에서 뛰쳐 나오는 것 밖에는 없으리라. 마침내 나만의 생각과 나만의 세계는 혼자만의 정신을 온전히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세상에 아웃사이더로 사는 일에 대한 우울함과 아픔에 대해서 누군가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콜필드처럼 살아가는 내 연인에 대해서도 한마디 띄운다. 00씨 난 전적으로 당신을 이해한다고 말하지 못해요. 단지 당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일 그리고 당신의 생각에 대해서 존중할 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그렇다고 이 글을 통해서 당신을 세상에 내 보내자고 하는 것은 더욱 더 아니고요. 당신의 그 방황과 갈등이 오래 지속되어졌으므로 그리고 지금 당신이 콜필드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으므로 난 당신에게 무어라 언급하지 못합니다. 다만 기다릴 뿐...... 과연 그대가 언젠가 순수한 세계를 보기 위해서 한번쯤 세상으로 나오리라고 믿습니다. 콜필드가 호밀밭의 파수꾼에 영원히 살아 있듯이 당신도 잠깐이었지만 내 가슴속에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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