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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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책이 될 것이다." 영국 현대문학의 거장 줄리언 반스가 자신의 여든 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세상에 내놓은 이 소설은, 반세기를 문학에 바친 노년의 작가가 독자들에게 건네는 작별 인사와 같은 책입니다. 관리 가능하지만 완치할 수는 없는 혈액암 진단을 받은 소설 속 화자는 작가 자신의 모습과 고스란히 겹쳐지는데요, 작가 스스로도 소설이자 자전적 이야기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결코 죽음에 대한 우울한 비탄이나 화려한 업적을 늘어놓는 회고록이 아닙니다. 특유의 지적 유머와 통찰을 잃지 않은 채, 삶과 기억, 그리고 '소설 쓰기'라는 행위 자체의 본질을 파고드는 철학적 에세이라고 볼 수 있죠.


이야기의 중심에는 화자가 1960년대 옥스퍼드 대학 시절 소개시켜 주었던 두 친구, 스티븐과 진이 있습니다. 만남과 이별, 그리고 40년 만의 재회라는 극적인 서사가 펼쳐지지만, 반스가 진짜 주목하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기억의 불확실성'입니다. 세 사람의 기억은 끊임없이 어긋나고 충돌합니다. 화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면서까지 진실을 재구성하려 하지만, 결국 타인의 삶을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은 환상이며 이를 이야기로 만드는 순간 필연적으로 삶을 왜곡하고 배신하게 된다는 뼈아픈 깨달음에 도달합니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으시길 추천합니다.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 작품은 억지로 교훈을 주입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우리 곁에 나란히 앉아 조용히 묻습니다.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기억은 과연 진실일까? 우리는 타인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을까? 삶의 유한함 속에서도 끝끝내 인간을 이해해보려 했던 위대한 관찰자의 시선이 깊은 여운으로 남을 책입니다!


이런 분들께 꼭 추천합니다!

① 줄리언 반스의 오랜 팬으로서, 거장의 가장 솔직하고 내밀한 마지막 고백을 듣고 싶은 독자들

② 인간의 기억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관계의 진실이란 무엇인지 깊이 사유해보고 싶은 분들

③ 소설과 에세이가 결합된, 철학적이면서도 지적인 문장들을 천천히 음미하고 싶은 독자들



#장편소설 #줄리언반스 #사유소설 #떠난것은돌아오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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