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 (23쪽)

2000년부터 유엔인권위원회의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약하고 있는 장 지글러의 문제의식은 간단하다. 120억의 인구가 먹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는 현실에서 왜 10세미만의 아동이 5초에 한명씩 굶어 죽어야하며, 인구의 3분의 1이 비타민A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8억 5천만 명이 심각한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가. 게다가, 기아로 희생당하는 사람들이 2000년 이후 1200만 명이나 증가한 사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특히, 아프리카인의 36%가 굶주림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아야할 것인가.
봄에 나는 우연히 ‘미안하다 동포야’ 캠페인을 통해서 만원의 옥수수로 북한동포 한 가족이 한 달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놀란 적이 있다. 300만의 북한 동포가 아사한 사실은 이 책에서도 서술되어 있을 만큼 북한의 식량난은 위기에 처해 있다.
‘가난’과 ‘기근(기아)’은 다른 문제다. 6,70년대 우리는 가난했지만, 굶지 않았고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부족했지만 나누어 먹었다. 명절 때마다 만나 지난 날의 가난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미화한다. 처음으로 먹어봤던 자장면, 돈까스, 통닭 얘기...... 반면, 기근은 구조적이다. 정부의 역할을 포기한 권력집단에 의해 빚어지는 기만적인 폭력이다. 탐욕적인 선진국에 의해 방치되고 있는 전지구적인 아킬레스건이다. 그러나, 아무도 나의 아픔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리고 나를 뜨끔하게 만든 글. “기아에 관해 가르치지 않는 학교”
그렇다. 학교는 기아에 대해서도 가르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평화’에 대해서도, ‘사랑’에 대해서도, ‘부모’에 대해서도, ‘아프리카’에 대해서도, ‘내 고향’에 대해서도 가르치지 않는다. 아니, ‘나’에 대해서도 가르치지 않는다. 나의 진학과 취업을 걱정하는 아이들에게 ‘기아’ 문제는 나의 문제가 될 수 없으며, 아이들의 수능점수를 걱정하는 교사들에게 ‘기아’문제는 불편하고 해롭고 언급하고 싶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무료급식을 희망하는 차상위 계층 학생 수의 증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프리카가 아닌 오늘의 대한민국에서도 구조적으로 굶주림에 노출되어 계층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은 아닌가?
제법 추위가 코끝을 시리게 만든다. 서울의 노숙인들이 겨울이면 따뜻한 부산으로 내려온다는 소식을 또 접하게 되려나. 4대강 정비에 14조원을 쓰겠다는데, 하천이 정비되면 삶의 질이 나아지는 것일까?
브라질 세아라 주의 크라테우스라는 곳에는 ‘이름도 없는 작은 이들의 묘’에는 태어난 지 며칠 만에 배고픔과 쇠약, 설사, 탈수로 숨진 아이들의 무덤이 즐비하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룰라 대통령의 첫 정책이 바로 ‘빈곤 퇴치(Fome Zero)’였고, 그 덕에 80%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아, “어린이 무덤에 바치는 참회록”이라는 이 책을 누가 읽어야할까? 이명박은 몰라도, 세계의 대통령 오바마는 읽어야 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