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88만원세대』(우석훈 박권일 공저)



68년, 프랑스의 대학 평준화를 요구한 계급은?


올 봄에 만난 제자는 군에서 제대한 후, 1년 동안 2년제 대학에서, 4년제 대학으로의 편입을 1년 동안 준비해서 편입하였다고 했다. 그런데, 학과나 적성에 상관없이 편입한 터라 전공과목 수업을 따라 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그리고 가을. 다시 제자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뜻밖에도 녀석은 휴학상태였다. 무엇을 하느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어떤 직종이냐? 9급 행정직. 실업계에서, 2년제 대학으로, 다시 4년제 대학으로. 그러나 결국 서면의 공무원시험 준비 학원 뒷골목을 전전하는 스물 다섯, 청년의 삶이 바로 '88만원세대'가 말하는 우리 청년들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끼리끼리 뭉칠 줄도 모르고, 데모로 무엇을 요구할 줄도 모르는 세대. 대학을 입학하고도 엄마의 도움으로 학점 따기 쉬운 과목을 선택하고, 해외 어학연수가 필수며, 졸업을 연기하고, 한 해라도 더 대학에 빌붙어 있으려는 세대. 고가의 휴대폰과 노트북, MP3, 게임기로 무장한 소비의 주축인 그들은 실제로는 무엇을 해도 386세대와 경쟁이 안되는 무능력한 세대. 그들에게 우리는 쉽게 돌을 던지지만, 그들이 곧 우리의 자녀이고, 우리의 조카들임을 우리는 잊고 있지 않은가?
우리와 달리, 일본과 유럽은 이런 문제를 나름의 방식대로 풀어나갔다고 한다. 일본은 비정규직의 임금을 상승시키므로써, 유럽은 지방재정에서 비정규직 일자리를 확대하고 복지제도를 강화하므로써...... 그런데 우리는? 이 책의 저자가 반복해서 하는 이야기가 바로 '한국 사회의 특이한(?) 현상'으로 설명되는 '계층과 세대 간 착취'를 통한 승자 독식 사회로 오히려 젊은 이들을 인질로 삼고 질식시키고 있다.
철저하게 학벌 위주의 승자독식 사회에서 살아남고자 발버둥치지만, 결국은 다수의 패배자를 양산할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 속에서, 이 땅의 젊은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조폭이나 공무원, 비정규 아르바이트뿐이라니,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외국의 정크푸드가 싸구려 인데 어떻게 한국에서는 비싼 고급으로 취급되고 있는가'
'가난한 경제적 약자인 동남아의 외국인들에게 극도로 잔인함을 보였던 한국 남성들이 국내에서는 10대와 20대 중 경제적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알바에게 온갖 잔혼한 일을 벌이고 있는가'
'영국이 단 1파운드로 치아교정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든데 비해 미국은 1백 파운드로도 제대로 치아 교정을 받을 수 없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에 갖추어야할 복지체계를 2만 달러 인 한국에서는 전혀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
이런 우스꽝스러운 한국의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 책을 10대와 20대 누군가에서 선물로 주어야 한다. 손을 내밀어야 한다. 아니, 가슴을 내밀어야 한다.

정답? 68운동의 주도적인 대학생이 아니라, 자신들의 미래에 스스로 결정한 고등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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