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건축
쿠마 켄고 지음, 임태희 옮김 / 안그라픽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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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는 어떤 시대 였을까 라는 질문에 저자는 거침없이 콘크리트의 시대라고 답한다. 콘크리트가 도시를 만들고, 국가를 만들고, 문화를 만들었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나무로 형틀을 짜고 철근, 모래, 자갈, 시멘트를 배합하면 장소를 불문하고 콘크리트가 완성 된다. 콘크리트는 장소적 보편성 뿐 아니라 어떤 조형도 가능한 또 하나의 보편성, 즉 형태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 형틀만 잘 만들어 집어넣으면 그 뿐이다. 거기다 콘크리트는 표층의 자유도 허락한다. 나무, 돌, 알루미늄 등 무엇을 붙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콘크리트의 장점 속에 숨어 있는 다양성의 파괴에 주목한다. 다양한 장소, 다양한 기술, 다양한 건축 재료가 콘크리트라는 단일성에 의해 파괴되어 자연의 다양성, 건축의 다양성이 상실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또한 속과 겉이 다른 콘크리트의 탁월한 화장술에도 불편해 한다.

저자는 콘크리트라는 편리한 소재를 버리고 그 대신 자연과 장소에서 건축 소재를 구하는 힘겨운 도전에 나선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는 설계사무소 대표가 아니라 건축자재 회사의 대표가 된 것처럼 보인다.

장소에 맞는 설계를 구상하고 그 장소에 맞는 건축 재료를 가능한 현장 주변에서 찾는다. 자연과 건축물과 건축소재가 자연스럽게 조화 되는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 한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건축소재를 그냥 쓰는 것은 아니다.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이리저리 구멍을 뚫거나, 격자를 만들거나, 철을 결합시키거나 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구사 한다.

돌미술관을 만들 때는 일반적인 조적조 방식을 뛰어넘어 돌을 1/3씩 빼 내거나 기상천외한 돌격자를 만들기도 한다.

쵸쿠라 광장에서는 오타니석을 파형철판에 끼워 독특한 형태를 만들어 낸다.

대나무를 쓸 때는 고심 끝에 대나무 속에 콘크리트를 채워 넣어 쪼개지는 단점을 극복한다.

이 책만 보면 저자는 이익을 내는 데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건축을 하나의 놀이로 생각하는 것 같다.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다보면 주어진 여러 가지 제약은 어느새 새로운 창조적 상상력의 조건이 되어 버린다.

기회가 된다면 그의 건축물을 직접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바람과 햇빛, 풍광 같은 자연과 장소와 건축을 하나로 연결시키려는 저자의 지극한 노력과 정성이 감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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