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시간에 잠기다 - 한 인문주의자의 피렌체 역사.문화 기행 깊은 여행 시리즈 2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해외여행을 하는 대부분의 한국 관광객들은 주마간산 격으로 관광을 한다. 패키지여행을 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자유여행 이라도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경험하려다보니 늘 시간에 쫒긴다. 한 도시에 오래 머물면서 샅샅이 경험하는 방식은 언제나 바램으로 만 남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피렌체를 열 번이나 갈 수 있었다니! 아름다운 예술품들을 실컷 구경하고 중앙시장 등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는 작자의 발길을 상상하면 나는 언제 저렇게 가보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보티첼로의 그림이나 다비드를 보면서 작자처럼 행복한 감동의 정취에 빠져 들 수 있으려면 이정도의 상식은 있어야 할 것이다. 직접 진품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다보면 책에 실린 그림이나 작품들을 자꾸 반복해서 보게 만든다.


압권은 역시 보티첼로의 비너스의 탄생이다. 작자는 운 좋게도 다른 관람객이 없는 이른 시간에 혼자 그 그림을 볼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책에 실린 그림만도 자꾸 쳐다보게 만드는데 진품을 그것도 혼자 한참 동안 바라보았을 그 순간이 얼마나 벅찼을까? 예컨대 루브르의 모나리자나 바티칸 성당의 천지창조 같은 유명한 작품들을 사람들 틈에 끼어 밀려가면서 본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그 느낌을 어느 정도 상상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의 아프로디테인 비너스는 보티첼로의 붓에 의해 탄생한다. 상상 속의 비너스가 구체적으로 시각화하여 인간 세계에 탄생한 것이다. 신화 속에서 바다 거품(아프로디테의 아프로는 거품이라는 뜻)에서 태어난 비너스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보티첼로의 상상력과 손길이 우리에게 비너스를 선물해 준 것이다. 비너스의 탄생은 사실 탄생의 모습이 아니라 조개를 타고 서풍의 신 제피로스의 바람에 의해 흘러와 육지에 오르는 순간의 그림이다. 결혼 선물로 그려졌다는 추정에 의하면 순결한 여인이 결혼을 앞두고 행복과 출산을 축복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비너스의 왼손이 잡고 있는 머리카락이나 호라이가 입혀주려고 들고 있는 망토 끝의 모양이 여성의 성기를 닮아 있단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얼굴은 마냥 행복한 얼굴이 아니라 어딘지 애잔함이 서려있다. 신부들이 자기 집을 떠나 미지의 신랑집에서 살아가게 되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의 표현이리라. 어딘지 껑충해 보이는 10등신 몸이나 이상하게 꺾여있는 목 등 평범하지 않은 신체이지만 어딘지 청순하면서도 관능적인 느낌을 주는 그 자태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꽃의 도시 피렌체를 상징하는 ‘꽃의 성모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피렌체 시내 어디에서나 이 성당의 두오모(돔)가 보인다. 성당 앞에 있는 산조반니 세례당에는 미켈란젤로가 천국의 문이라고 극찬한 기베르티의 황금문이 있다. 그는 이 문을 제작하는데 30년을 소비한다. 성서의 구양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을 10개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작자는 다빈치의 수태고지, 라파엘로의 작품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나 바쿠스 등 여러 걸작들을 섭렵하고 아르노 강이나 궁전들 심지어 가장 번화한 곳인 중앙시장까지 독자들을 끌고 다닌다. 피렌체를 두 번 방문 하면서도 겨우 건성으로 구경한 ‘꽃의 성모마리아’ 성당이나 시뇨리아 광장의 조각 작품들이 작자의 글을 통해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는 느낌이다. 시뇨리아 광장의 다빈치는 복제품이라는데 언제 다시 가서 진품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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