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심리학 - 심리학이 파놓은 치명적인 함정 9가지
스즈키 고타로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심리학의 홍수 시대인가? 온갖 종류의 심리학이 서점과 각종 매체에 등장하고 방송에서도 자주 다양한 종류의 심리학을 적용한 상담과 해설을 접할 수 있다. 마트에 가서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사회심리학적인 이론에 근거해서 광고하고 진열하고 가격을 책정한 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주류 심리학에 반기를 드는 괴짜 심리학자가 하나 나타났다. 그는 일본 심리학계의 창조적 이단아로 불리는데 박사 과정 중에 중퇴하고 거의 독학으로 실험심리학 공부에 몰두하여 기존 심리학계의 통념을 부수는 연구 성과를 계속 내놓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니가타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이 책 ‘무서운 심리학’을 집필하는데 8년의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심리학계에는 많은 엉터리 신화들이 있다고 한다. 모차르트음악을 들려주면 머리가 좋아진다거나 좌우대칭의 불규칙한 잉크무늬를 어떤 모양으로 보는가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나 정신 상태, 욕망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 로르샤흐 테스트나 남성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결정된다는 것 등이다. 이런 정확하지도 않고 잘못 되기도 한 설들이 전파되고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게 된 데는 심리학계의 불성실성이 한 몫 한다고 본다. 누군가의 주장을 자기주장처럼 인용하고, 이것이 반복되면서 거짓된 신화들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무책임한 언론의 역할이다. 시청률이나 판매 부수에 목매는 언론은 기묘하고 재미나고 감동적인 것을 찾아 사실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보도하는 경우가 많고 잘못이 드러난 후에도 분명하게 정정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책은 교과서에 까지 실린 8가지의 심리학계의 중요한 신화들을 뒤집는다. 자 하나씩 맛보기 해보자.


여러분들은 ‘서브리미널 효과’라는 용어를 아시는지? 이 용어는 몰라도 영화를 보면서 보는 사람이 전혀 의식할 수 없는 극히 짧은 시간(3천 분의 1초)에 “콜라를 마셔라”, “팝콘을 먹어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보내면 관객은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반응해서 콜라와 팝콘의 매출이 급증한다는 비커리의 실험에 대해서는 들어 보았을 것이다. 1956년 6주 간 진행된 이 실험 결과가 발표된 후 무의식을 통한 인간 조정이라는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엄청 큰 파장을 몰고 왔고 이런 방식의 광고에 대해 미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 조치가 뒤따랐다. 하지만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는 3천 분의 1초 동안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술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더구나 1958년 연방의회의 요구로 진행된 20 분의 1초 동안 의 메시지를 5분 간격으로 내보낸 실험에서도 아무 효과도 없었다. 저자가 보기에 이 최초의 실험은 완전한 조작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서브리미널 효과’ 자체가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 실험은 심리학 교과서에 까지 실리는 등 지금까지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여기에는 많은 교과서 집필자들의 불성실함도 큰 역할을 했다. 저자가 보기에는 현재도 ‘서브리미널 효과’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 무의식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식할 수 없는 것이 무의식이기 때문에 이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그 무의식의 역할을 입증하는 것 역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심리학회 회장이자 런던대학 유니버시티 칼리지 교수였던 시릴 버트가 일란성쌍둥이를 통해 지능이 유전되는지 환경에 좌우되는지를 연구한 것 역시 거의 조작이라고 본다. 이 쌍둥이 연구의 논리는 단순하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적으로 동일하므로 같은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와 어려서부터 떨어져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를 비교 연구해보면 지능의 유전적 환경적 역할을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능이 유전된다는 결론을 내린 버트의 논문은 많은 의혹과 논란을 낳았고 저자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전쟁 중에 일부 자료까지 잃어버린 버트가 기억(?)에 의존해서 자료를 만들었고 나중에는 아예 조작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사실 지능의 유전-환경 논쟁은 사회교육 정책과도 맞물려 있어서 일종의 이데올로기 논쟁의 측면도 있었다. 일단 결론부터 내려놓고 거기에 맞는 자료를 근거로 주장을 펼쳐 온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최근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지능은 유전과 환경이 거의 반반의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정설이다. 결국 양자를 대립적으로 놓고 볼 이유가 없고 상호 작용을 전제로 한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쌍둥이 패러독스’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 상식적으로 쌍둥이가 같은 환경에서 자라면 더 비슷할 것 같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유는 같은 환경에서 자랄 경우 서로를 의식해서 성격, 능력, 취향에서 보다 차이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성장해 나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면 유전적으로 갖고 태어난 것을 자연스럽게 키워가기 때문에 더 닮은 모습 그대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본다면 처음 버트가 전제한 다른 조건의 일란성 쌍둥이의 연구를 통해 유전과 환경의 영향 정도를 연구한다는 논리마저도 무너지게 되고 만다. 단순 비교만으로는 유전과 환경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00년 전에 나타난 천재 말 ‘클레버 한스’를 들어보셨는지? 한스는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거나 카드를 선택하거나 발로 땅을 차는 방법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했고, 상당한 수준의 의사 소통과 복잡한 수학 계산까지 척척 해 내었다. ‘2/5 + 1/2=’ ‘28의 약수는?’ 같은 문제까지 정답을 맞췄다. 당연히 의심하는 전문가들이 생겼고, 베를린대학의 심리학자 카를 슈툼프가 이끄는 13명의 전문가들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다양한 문제를 내고 그 행동을 면밀히 관찰했지만 어떤 의심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랜 연구 끝에 한스가 정답을 알게 되는 메커니즘이 알려졌다. 그것은 정답을 알고 있는 인간은 정답이 나오거나 가까이 오는 순간 스스로는 거의 감지할 수 없는 무의식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머리의 방향이나 눈의 움직임, 턱이나 어깨를 올리는 움직임 같은 세밀한 것을 한스는 감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감지 능력은 사람에게도 훈련시켜서 확인한 바도 있다.

클레버 한스 사건은 심리학계에 두가지의 중요한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하나는 동물의 지적 능력에 대한 실험에 훨씬 큰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클레버 한스 효과’라고도 부르는 ‘실험자 효과’, 즉 실험자의 결과 예상이 피실험자의 반응에 영향을 주는 것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는 사실이다.

최근까지도 침팬지 등 동물에게 말을 가르쳐 의사 소통을 실험하는 많은 연구들에서 여전히 클레버 한스 사건을 떠 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흥미있는 실험과 연구에 대해 저자는 집요하게 추적한다.

미국 아동교육 방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왓슨의 ‘행동주의 육아서’의 전제가 된 리틀 앨버트 실험. 단 한명의 아이에 대한 지극히 불완전한 실험이 심리학 교과서에 까지 실리고 정설로 굳어진 배경을 밝히고 있는 ‘왓슨의 행동주의 심리학’ 뒤집기이다.


오른손잡이 산모 중 83%, 왼손잡이 산모 중 78%가 왼쪽 가슴에 아이를 안는 현상을 연구한 솔크의 가설에 대한 갑론을박들.


발달심리학 교과서의 단골 소재로 쓰인 늑대 소녀 아마라와 카마라의 이야기가 날조된 것임을 입증하는 저자의 주장과 실제 상황에 대한 추정들.


언어가 지각과 인식을 강하게 규정해서 사물에 대응하는 단어나 표현이 없을 경우 그것을 인식할 수 없다고 하는 극단적인 ‘언어상대가설’인 ‘사피어-워프가설’은 지금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심리학 교과서에 소개되고 있다. 저자는 약한 정도의 언어상대성은 인정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경우는 명백히 잘못된 것임을 최근의 연구들을 통해 밝힌다.



저자는 과학계에서 실수와 잘못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과학이란 그런 잘못을 끊임없이 고쳐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자들이 훨씬 더 성실하고 엄격하게 연구하고 발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다른 사람의 주장을 아무런 확인 없이 자기주장처럼 인용하거나 잘못이 드러난 후에도 수정하지 않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일반인들도 이 책을 통해 학계나 언론의 주장을 맹신 하지 말고 항상 의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 특히 쏟아져 나오는 각종 심리학 관련 책들도 잘 가려서 읽고 주체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무서운 심리학, 스즈키 고타로, 뜨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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