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연장통 -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전중환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된 연장통-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저자:전중환, 사이언스북스

 얼마전 지인으로부터 이 책을 권유 받았다. 오랜만에 전에 같이 일하던 분들과 친목모임을 가졌다가 2차 후 몇 명이 남아 3차를 간 자리에서였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좋은 책, 재미있는 책이라는데 당장 그 다음날로 인터넷서점에서 주문했고 읽어 나갔다. 재미있어 술술 속도가 나가는 책이다. 왜 인간은 이렇게 끼리끼리 모임을 만들고 2차에 3차까지 몸이 피곤한 것을 불사하고 동료의식을 다져 나갈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 유전자’ 등 몇몇 유명한 책들의 계보를 잇는  진화심리학에 관한 책이다.  

 왜 남자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여자들의 유혹에 약한지, 왜 카페에 들어가면 창가 구석진 자리에 앉는 걸 좋아하는지, 가을엔 왜 그렇게 울긋불긋 단풍으로 치장하는지, 털은 왜 퇴화했는지, 도덕은 본능인지 아닌지, 음악은, 그러면 종교는 뭐 이런 질문들에 대한 진화심리학적인 해석과 설명이 들어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인류는 약 700만년 전에 침팬지 가계와 갈라져서 거의 95% 이상의 시간을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에서 살아왔고, 여기에 적응된 심리적 기제가 아직도 결정적으로 인간의 심리를 지배하고 있다는 가설이다. 약 1만 1천년 전 시작된 농경사회나 2백년 된 산업사회는 우리 인류의 심리 구조에 유의미한 진화를 일으킬 수 없는 상대적으로 너무 잛은 세월이라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심리는 오래되고 낡은 연장들로 채워진 연장통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된 연장통’ 처음엔 재미있고 그럴듯한 책 제목이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조금 생각해보니 정확하게 책 내용을 반영하려면 ‘오래된 연장들을 담은 새로산 통’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시대와 몸은 새 것인데, 마음 속 심리 기제는 수백만 년 묵은 낡은 것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들이기 때문이다.  

 몇 달 전 읽은 티모시 윌슨(기억이 가물?)의 ‘나는 내가 낯설다’ 라는 책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두가지 심리 기제를 설명하는 책이었는데 여기서 강조된 ‘적응 무의식’이라는 것이 진화심리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융이 말하는 인간 무의식 내부에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집단 무의식’ 역시 진화심리학적으로 설명하면 어느정도 연결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부제인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를 생각해 본다면 아프리카 사바나초원에 적응된 심리만을 본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남성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선호하는 심리적 본성이 있지만 어떤 여자를 건강하고 아름답다고 보는가는 사회 문화적 요소가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도덕에 대한 본성이 있지만 어떤 도덕인가 하는 점 역시 사회문화적 요소가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는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아직은 가설들이 많고, 입증되었다고 하는 것들도 결국 통계적으로 더 유의미하다는 것들이 많고, 많은 부분들에서 경쟁하는 다른 설명들이 가능한 것을 보면 과학적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향후의 모든 심리학은 진화심리학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저자의 희망 섞인 호언장담의 태도- 즉 모든 것을 진화심리학적으로 해석하고자 고군분투하는-를 버리고 연구의 가능성과 한계를 분명히 할 때 진화심리학의 과학적 기여와 가능성이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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