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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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추리소설의 여왕' 와카타케 나나미의 하자키 미스터리 삼부작 중 <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 을 만났다. '하자키'라는 가상의 해변가 언덕에 위치한 목련 빌라가 이야기의 배경이다. 1호부터 10호까지 3호를 제외한 아홉 채의 이 층짜리 빌라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살고 있다. 각 호에 살고 있는 가족들끼리, 혹은 이웃 간에도 크고 작은 분쟁들이 일어나 좀처럼 조용할 날이 없는 목련 빌라는, 비어 있던 3호에서 얼굴과 손가락이 짓뭉개진 사체 하나가 발견되며 더욱 시끄러워진다. 너도 나도 탐정을 자처하며 범인을 색출하겠다는 주민들, 그리고 남몰래 품어온 자신의 비밀이 탄로 날까 두려운 또 다른 주민들, 그들 각자의 욕망은 도망치고 뒤쫓기를 거듭하다 부딪히고 또 부딪힌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신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얼굴과 손이 으깨진 시체는 누구인가! 일상 추리소설의 여왕 와카타케 나나미는 7할 정도의 힘으로 스르륵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독자를 매혹시킨다. 과연 여왕이라는 찬사가 결코 부족하지 않은 이야기다.



레이코는 얼굴에 지어낸 웃음을 띠고 문을 열며, 자, 보세요, 하고 부부를 돌아봤다. 집 안을 들여다보던 부부가 시선을 황급히 거두고 레이코의 얼굴을 보더니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왜 저러지, 하고 레이코는 생각했다. (...) 집을 한번 들여다보기만 하고 뒷걸음질 치는 손님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마 그야말로 흰개미가 대량으로 발생한 건 아니겠지. 레이코는 불안해져서 집 안을 들여다봤다. 남자가 누워 있었다. 레이코가 자랑한 대로 참으로 널찍한 현관홀에 양손 양다리를 뻗고 누워 있었다. 

그건 아무리 봐도 죽은 사람이었다. 

<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 p.15



 


고다마 부동산 사모 레이코는 비어있는 3호를 보러 온 손님과 함께 목련 빌라를 찾았다. 목련 빌라의 장점을 막힘없이 술술 읊으며 잠긴 3호의 문을 여는 순간 널찍한 현관홀에 양손 양다리를 뻗고 누워 있는 남자를 발견한다. 얼굴과 손이 엉망으로 뭉개진 그 사람은 아무리 봐도 죽은 사람이었다.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당일에는 강한 태풍이 불어 목련 빌라 거주자가 아닌 이상 교통이 불편한 그곳으로 외부 사람이 들어올 가능성은 극히 희박했다. 때문에 범인은 목련 빌라에 거주하는 내부자의 소행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목련 빌라에 사는 모든 사람이 하나씩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3호 열쇠를 가지고 있는 부동산 사장 부부, 남편이 몇 년째 실종 상태라 혼자서 쌍둥이 자매를 키우는 후유, 사체와 비슷한 체격 조건을 가진 남자친구와 몇 달 전 헤어진 노리코, 노리코에게 전 남자친구와 헤어질 것을 강요했던 노모 도키코, 그런 노리코를 짝사랑하는 타쿠야, 살인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각 구급차에 실려간 시로 할아버지 등 누구 하나 의심 가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목련 빌라 거주민들은 조금 의심스러운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각자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어 범인을 특정 지을 수 없었고 수사는 더디게 진행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한다. 사건 당일 하자키 해변의 유일한 호텔인 남해장에 묵었다는 베일에 싸인 인물로 유명 소설가 쓰노다 고다이와 만남을 가진 직후 호텔에 투숙했다는 '신도 카이'. 그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탐문 수사를 펼치던 형사 히토쓰바시와 고마지는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된다. 신도 카이는 쓰노다 고다이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라는 사실. 수사가 지지부진하던 차에 목련 빌라의 트러블 메이커이자 스스로 탐정이라며 설치고 다니던 아케미가 자신의 집에서 살해당한 채 시체로 발견된다. 



 


"이별 파티를 열어줄까 싶어서요. 아내를 위해."

"아내에게는 친구가 없었어요. 친척도 거의 없습니다. 그 사람은 음울한 걸 아주 싫어했어요. 보통 경우라면 집에 스님을 모셔서 독경을 부탁드리고 나와 우리 부모님이 장례식을 마치는 게 당연하겠지만, 아무래도 아내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요. 어떠세요,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그 사람이 이 레스토랑을 좋아하기도 했고."

 <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 p.322



아케미가 살해당한 직후 남편 켄은 파티를 열겠다고 해 목련 빌라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든다. 남의 집 창문 아래에 몰래 숨어서 대화를 엿듣고 그렇게 알아낸 정보를 마구잡이로 퍼뜨린 밉상 아케미, 그녀를 위한 파티에 어느 누가 참석하고 싶을까? 누구 하나 파티를 반기는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케미를 위한 파티를 준비하다 결국 아케미를 죽인 살인자를 잡게 되고, 목련 빌라 3호에 사체를 유기한 범인도 의외로 순순히 자수한다. 



바로 내 이웃집에서 손과 얼굴이 엉망으로 뭉개진 시체가 발생된다면?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목련 빌라 주민들은 살인사건이 가져온 패닉에도 맛있게 한 끼를 챙겨 먹고 태평하게 일상을 누린다. 비극은 비극대로 또 일상은 변함없이 유쾌하게 흐른다. 일본 추리소설 <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은 일상 추리소설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시종일관 편안하면서도 유쾌하다.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호기심만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기 전까지 멈추지 않는다. '피철철' 추리소설이나 폭력성이 짙은 추리소설이 부담스러운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편안한' 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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