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녀 - 꿈을 따라간 이들의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김남주 옮김 / 이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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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린 소녀였을 때부터 사람들은 줄곧 나를 별종으로 여겼어요. 난 원하는 대로 살고자 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나를 '미친 여자'라고 부르더군요. 이제 그런 것에 익숙해요."

<새소녀> p.217



 '다구' 그리고 새소리를 똑같이 흉내내 '새소녀'라는 애칭으로 불린 '주툰바'와는 그위친족 무리 속에 좀처럼 녹아들지 못하는 유별난 반항아들이었다. 새소녀는 부족의 여느 여자들처럼 바느질을 하거나 음식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없었지만 부족 내 다른 남자 아이들보다 더 용맹하고 재빠른 뛰어난 사냥꾼이었다. 그녀는 나이가 들어 사냥을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사냥한 고기를 가져다주었고, 그녀의 아버지 조흐는 그런 주툰바가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주툰바는 '응당 그래야만 하는 무언가'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어버렸고 무리의 수장은 부족의 평화를 위해 그녀에게 혼인할 것을 명령한다. 



 


"아버지, 저는 이 땅과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요. 저 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우리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들이 저는 궁금해요. (...) 저는 멀리 떨어진 산들을 보면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요. 아버지는 궁금하지 않으세요?"

 <새소녀> p.19



다구는 전설 속에 존재하는 남쪽의 따듯한 나라 '해의 땅'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아주 오래전 그의 조상들이 해의 땅을 찾아 떠나 몇몇은 그 땅에 이르렀고 몇몇은 중간에 돌아왔다고 한다. 한 노인이 자신의 증조할아버지에게서 전해 들었다며 해의 땅으로 가는 옛 지도를 하나 그려주었고, 다구는 그것을 소중한 보물처럼 품에 안고 다녔고 언젠가 해의 땅을 찾아 떠나리라 마음 먹었다. 그는 부족의 남자라면 응당 해야할 의무를 수행하기보다 주변을 탐험하고 동물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무리의 수장과 부족회의의 남자들은 이런 다구에게 불만을 표했다. 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사냥을 하는 것은 부족 내 남자들에게는 하나의 의무였다. 다구는 그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그의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거라. 그러지 않으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을 거야."

 <새소녀> p.152



결국 다구와 새소녀는 각자 무리를 떠난다. 둘은 자신의 꿈을 이루었을까? 거친 평원에서 자신의 무리를 떠난다는 것은 스스로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것을 걸고 떠난 다구와 새소녀는 무엇을 얻었을까?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믿어야 해." 

그들은 믿음 없이는 나아갈 수 없음을 알았다. 

"난 나의 미래를 믿어야 해."

다구는 이제 자신에게 말했다. 

<새소녀> p.208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가진 것을 내려놓고 떠남을 선택하는 것이 위태로워 보이고 심지어 천지분간 못하는 행동으로 평가받는 것에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안락한 삶을 포기할만큼 그것이 가치를 가졌는가, 내려놓은 것만큼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을 수 있겠는가. 다양한 각도로 인생의 가능성을 저울질하다보니 이제는 '행복'의 감각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요즘 나는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 어떨 때 가장 행복했는지 전혀 모르겠는 상태였다. <새소녀>를 읽고 깨달았다. 모험을 떠나는 것은 현재의 삶을 대체할만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무엇을 새로이 얻어야만 가치롭다는 기본 전제부터 잘못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모험을 떠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것이고 모험을 떠나 무엇을 얻는지는 부차적인 문제인 것이다. 모험을 떠난 후 돌아온 나의 손이 빈털터리일지라도 모험을 떠났다는 것 자체로 이미 훌륭하다. 당신의 미래를 믿어라, 당신의 미래를 믿는 능력을 잃지 마라. 벨마 월리스의 <새소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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