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알고 싶은 건축물이 너무도 많아 - 역사와 문화가 보이는 서양 건축 여행
스기모토 다쓰히코나가오키 미쓰루.가부라기 다카노리 외 지음, 고시이 다카시 그림, 노경아 / 어크로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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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한 장 찬찬히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 책 <세상엔 알고 싶은 건축물이 너무도 많아>, 이 책의 묘미는 단연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에 있다. 4500년 굽이굽이 이어온 역사의 한 자락마다 우뚝 선 대표적인 건축물을 오밀조밀 귀엽게 그려낸 삽화는 정교하고 세밀한 데다 전경, 평면도, 단면도가 더해져 입체적인 조망도 가능하다. 게다가 파르테논 신전, 폼페이의 도무스, 샤르트르 대성당, 알람브라 궁전, 쾰른 대성당, 베르사유 궁전, 에펠 탑이라니! 여행에 대한 그리움으로 갈급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여행이란 원래 '이동'이지만, 이렇게 책으로 건축을 접하면 이동하지 않고도 여행을 떠날 수 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세상엔 알고 싶은 건축물이 너무도 많아>와 함께 아름답고 우아하며 매력적인 서양 건축물들을 여행해보자!


1년에 단 두 번만 햇빛이 허락된 신전_아부심벨 신전(B.C. 1250경)

#이집트건축 #그리스신전 #람세스2세


건축물을 보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도 함께 알 수 있다.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어느 시대에 만들어졌는지에 더해 그 건물에 어떤 비하인드스토리가 숨어있는지 등을 알면 더욱 재미있다. 이집트 남부에 위치한 아부심벨은 모래가 뭉쳐서 굳어진 퇴적암으로 된 바위산을 파서 만든 암굴 신전이다. 대신전과 소신전으로 나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대신전의 2 개의 조각상은 람세스 2세의 모습을 본뜬 것이고 소신전은 람세스 2세의 조각상 넷, 왕비 네페르타리의 조각상 둘이 번갈아 서있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람세스 2세가 태어난 날인 2월 22일과 왕으로 즉위한 날인 10월 22일에만 제일 안쪽까지 햇빛이 닿아, 네 조각상 중 어둠과 죽음을 관장하는 신인 '프타'를 제외한 세 조각상을 환하게 비추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후 나일강에 아스완하이댐이 건설되면서 아부심벨 신전은 수몰될 위기에 처했고 유네스코의 호소에 5년에 걸쳐 신전을 이동시키는 작업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다른 위치로 이동한 아부심벨 신전에 햇빛이 닿는 날짜가 바뀌어 버렸지만 귀중한 문화유산을 살려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고 하니 참 다행이다.


루이 14세의 질투를 부른 아름다운 성_보르비콩트 성(1657~1661)

#바로크 #고전주의 #루이_르보 #니콜라_푸케


강력한 중앙 집권 국가를 이룬 17세기, 자국에 어울리는 건축 양식을 모색하던 프랑스 건축가들은 오더의 정확한 비례와 올바른 고전 기법에 바탕을 두고 지적이고 합리적인 고전주의 건축 양식인 프랑스 바로크를 추구했다고 한다.(P.150) 루이 14세 시대 재무 장관인 니콜라 푸케의 보르비콩트 성이 건물, 정원, 내부 장식까지 삼박자를 골고루 갖춘 수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성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이를 질투한 루이 14세가 비콩트 성을 지은 예술가 세 명을 그대로 등용해 지은 것이 바로 베르사유 궁전이라고 한다.


<세상엔 알고 싶은 건축물이 너무도 많아>를 읽고 난 후 '여행을 한다는 것'의 의미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건축이라는 것에 이렇게 심오한 세계가 있었다니, 생존을 위한 구축물 정도로 모호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나에게 건축의 의미를 '재건축'해준 책이다. 건축은 생명을 가진 유기체처럼 진화하며 세계를 반영해왔다. 건축은 옛사람들이 흙과 벽돌로 지은 시이며 소설이고 지금도 쓰이고 있는 유형의 문학 작품이다. 여행이란 그런 건축물들을 해독해 그것을 짓고 그곳에 살았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유롭게 여행을 했던 나날들이 사무치게 그리운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세상엔 알고 싶은 건축물이 너무도 많아>의 차례를 펴는 순간의 그 황홀함이라니!😊😊 여행을 계획하고 항공권을 예약하던 때, 새벽녘 공항버스 안에서 홀로 반짝이던 인천공항을 바라볼 때, 느꼈던 설렘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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