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바른 나쁜 인간 - 도덕은 21세기에도 쓸모 있는가
이든 콜린즈워스 지음, 한진영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도덕은 인간 내면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관이고 윤리는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게 해주는 규범이다. 하지만 그것은 불변의 진리가 아닌, 문화에 따라 모습이 다르고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도덕성은 어디서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예의 바른 나쁜 인간>의 저자인 이든 콜린즈워스는 도덕의 지형을 지도로 그려보기 위해 많은 20명의 인물을 인터뷰했고 그 내용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두 사람을 죽인 살인범, 기혼자들에게 불륜을 조장하는 사이트로 돈을 번 CEO, 자신이 몸 담아온 회사의 비리를 폭로해 불이익을 받은 CEO까지 이들의 도덕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이 시대의 윤리와 도덕이란 도대체 어떤 모습인지를 조명한다.



환경이 바뀌더라도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다시 살인을 하더라도 그리 충격적인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배우며 자랐기에 나는 그 사실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한 사람의 삶에도 여러 가지 진실이 있다. 나는 제임스의 진실 가운데 하나, 즉 그가 살인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가 도덕적 인간이 되었다는 또 하나의 진실을 인정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예의 바른 나쁜 인간> p.45


제임스는 안정과는 거리가 먼, 경제적 궁핍과 실업, 알코올중독에 노출된 환경에서 자라났다. 11살에 절도죄로 유죄판결을 받아 소년원에 들어갔으며 출소 후에도 이런저런 범죄를 저지르며 버려진 건물을 전전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침입해 들어간 아파트에서 한 사람을 목 졸라 죽였고 3개월 후 길에서 사람을 때려 죽였다. 몇 년 뒤 그는 자수를 했고 23년을 복역했고 지금도 범죄자 신분이다. 그는 폭력을 휘두르며 살아갈 때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도덕에 관해 배우고 나서야 과거에 저지른 짓을 이해하게 됐다고. 그의 열악한 환경이 그가 저지른 살인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또한 그가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을 완벽히 배제할 수도 없다. 환경이 바뀌더라도 성격은 바뀌지는 않지만 환경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도덕적 패러다임이 다양하다는 걸 감안하셔야 합니다. 사람들이 애슐리매디슨에 기대는 것은 대부분 이혼을 원치 않기 때문이에요. 외도를 함으로써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경우가 아주 많거든요.

<예의 바른 나쁜 인간> p.149


내가 겪어본 바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외도를 한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도덕체계는 불륜을 저지르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그런 금기가 항상 통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예의 바른 나쁜 인간>의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미국에서는 남성의 21퍼센트, 여성의 10~15퍼센트가 외도를 했고 그러면서도 미국인의 91퍼센트가 불륜이 비도덕적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심각한 모순인가! 이 모순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업체가 있다. 애슐리매디슨, 외도를 꿈꾸는 전 세계의 기혼자들에게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피우세요!"를 광고 문구로 내세워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긴 하다. 호기심에, 혹은 진짜 불륜을 저질러보고 싶어 가입한 대부분의 한국 고객들은 탈퇴시 개인정보 삭제를 위해 수수료를 지불해야한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그러글래 왜 그런 서비스업체에 가입을 한단 말인가! 아무튼 이든 콜린즈워스는 굉장히 흥미로운 서비스업체인 애슐리매디슨의 CEO를 만나 도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애슐리매디슨의 CEO인 비더만은 "일대일로 친근감을 키움으로써 안전한 불륜을 추가할 수 있다"든가 "외도를 함으로써 결혼생활을 유지하게 한다"는 궤변을 늘어 놓는다.



제목부터 흥미로운 <예의 바른 나쁜 인간>, 책을 펼치면 더욱 재미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재창조된 도덕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표현해도 될런지 모르겠다. 과연 도덕이란 무엇인가, 도덕이란 고정적인 것인가, 시대가 변함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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