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의 기억법 - 영원한 것은 없지만, 오래 간직하는 방법은 있다.
김규형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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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사진찍기란 또 다른 이름의 글쓰기이다. 내 글쓰기의 주된 주제과 사진찍기의 피사체는 동일하게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예쁠 때,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아름다울 때마다 사진기를 든다. 사진은 주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의 감정이 담기기에 총천연색의 보정하지 않은 감정이 담긴다면, 아이들을 재운 후에 쓰는 나의 글에 담기는 감정은 좀 더 미화되거나 좀 더 회한에 잠겼거나, 아무튼 실제의 모습보다는 조금 인위적인 느낌이다. 그런데 <사진가의 기억법>에 담긴 글과 사진은 너무나도 동일했다. 무언가를 담아내겠다는 의지나 의무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 담긴 글이 사진이고 사진이 글인 느낌, 두 가지 모두 조급함이 느껴지지 않아 읽는 내내 다사롭고 편안했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존재는 환경이 아니라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무언가에 쫓기지 말고 즐거워서 달려야 한다고.

<사진가의 기억법> p.62"


무언가를 꼭 해야한다는 의무감이 시키는 게 아니라 즐거워서 스스로 하는 일은 이렇게 티가 난다. 그 어떤 의식 없이 '영화를 보고, 산책하고, 음악을 듣고, 쇼핑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커피를 마시고...' 하는 것처럼 편안한 행복감이 느껴진다. 무언가에 쫓기지 말고 즐거워서 달리는 법, <사진가의 기억법> 으로 배워 본다.



"어쩌면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 설렘을 주는 것, 미소 짓게 하는 것은 대부분 우리 주변에 있다. 우연히 바라본 하늘, 적당한 시간에 들어오는 햇살, 늘 거닐던 골목에서 마주친 고양이처럼, 평범함 속에는 반쯤 숨어서 발견해주길 기다리는 예쁨이 가득하다.

<사진가의 기억법> p.201"


길을 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거나 하늘을 본다거나, 새로 생긴 가게에서 뭘 파는지 등을 들여다보느라 길을 자주 잃는다는 김규형 작가님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과 글들을 보고 있노라니 파리의 관찰자 드가가 떠오른다. 에드가 드가가 거리를 정처없이 배회하며 다른 이들은 발견하지 못하는 것들을 포착해내 그것을 그림으로 그렸다면 김규형 작가님은 우리에게 포착되지 않는 무언가를 사진기로 그 순간의 온도까지도 오롯이 담아냈다. 평범함 속에서 숨어서 발견해주기만을 기다리는 말간 얼굴을 내밀고 우리를 기다리는 행복, 햇살, 하늘 같은 평범하지만 조급하면 지나칠 수 밖에 없는 그런 것들 말이다. 예쁜 사진과 글들에서 천천한 호흡을 배운다. 나에게 맞는 속도를 인지하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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