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강의 - 개정판 프로이트 전집 (개정판) 1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임홍빈.홍혜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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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프로이트, 처음으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실수행위를 분석하고, 꿈을 해석했으며 어린아이를 비롯한 모든 인간의 무의식에 억압된 성욕이 있다는 것을 주장한 사람이다. 그가 주장하는 이론의 입문서이자 동시에 결정체로 손꼽히는 저서 <정신분석 강의>는 1915년 10월에서 1916년 3월, 1916년 10월에서 1917년 3월에 걸쳐 빈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집대성한 것으로 그가 52년간 연구하고 기록한 내용이 여실히 기록되어 있다.


제1부 실수 행위들 : 1강~4강 ( p.15 ~ p.109)

<정신분석 강의>는 정신분석학에 대해 아주 기초적인 부분부터 설명하기 시작한다. 신경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법인 정신분석이 내세우는, 다소 낯선,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주장들을 굉장히 사려깊은 태도로 설명하기 시작한다.

​첫째, 정신적 과정들은 그 자체가 무의식적이며 의식적인 것은 정신 활동 전체 중에서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과 둘째 성적인 본능 충동이 신경증이나 정신 질환을 불러일으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한 주장들을 증명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굉장히 흔히 일어나지만 대부분 간과되며, 또 질병과는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실수 행위들>을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잘못 말하기, 잘못 쓰기, 잘못 읽기, 잘못 듣기, 잘못 놓기, 잃어버리기 등 너무나 사소하지만 이러한 작은 현상들은 결코 우연적인 현상이 아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굉장히 진지한 정신적 행위이며 서로 다른 의도의 합동작용이라는 것인데 참 흥미로웠다. 많은 예시가 나오지만 몇 가지를 예로 들어보자면, 국회의장이 개회사를 하면서 <국회가 폐회되었음을 선언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나 <나는 전임자의 공적을 치하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반대의 단어를 말하는 경우 등의 실수 행위는 두 개의 의도가 충돌한 결과라고 한다. 그중 하나는 방해받는 의도이고 다른 하나는 방해하는 의도로 불릴 수 있는 것으로 서로 다른 의도들의 간섭의 결과인 것이다. 하나의 의도는 다른 의도를 방해함으로써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어느 정도 억압되기도 하고 자신이 방해하는 의도가 되기 전에 그보다 먼저 방해받아야 한다고 한다.




2부 꿈 : 5강~15강 (p.133 ~ p.344)

'신경증을 치료하는 정신분석과 꿈을 해석하는 것이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라고 의구심을 가질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말이다. 꿈은 실수 행위만큼이나 아주 평범하고 사소한 현상이다. 하지만 그 의미를 증명하고 연구하는 것은 신경증 연구를 위한 준비단계이자 중요한 역할을 한다.

​3천년도 전부터 사람들은 꿈을 꾸고 그 꿈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해왔다. 꿈속에서 미래를 위한 징조를 끄집어내고 전조를 찾았으며 꿈 해몽가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출정하지 않는 나라들도 있었다. 그만큼 꿈을 해석하고 연구하는 것은 중요하고도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하자면 꿈은 수면동안에 가해지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다. 꿈은 그러한 자극을 단순히 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공하고 넌지시 암시해주며 어떤 관련성 속에 배치시키고 또 그것을 다른 것으로 대치시키기도 한다. 즉 하나의 심리현상으로 우리의 의식은 꿈 내용을 검열하고 왜곡하며 전위시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왜곡이 비교적 덜 가해져 이해하기 쉬운 어린이의 꿈을 연구하는 것이 정신분석학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3부 신경증에 관한 일반 이론 : 16강~28강(p.347 ~ p.673)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신경증에 대한 연구 내용이 나온다. 본론에 앞서 1부와 2부에서 실수 행위들이나 꿈의 의미에 대해 언급한 것을 어떤 연유일까? 그 이유는 신경증 증상들이 실수 행위나 꿈과 같은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경증 증상들은 환자가 지배받고 있는 무의식적 관념들의 표현이며 자신이 겪은 인생과 관계가 있다. 신경증 증상들은 일종의 저항을 받아 억압에 의해 저지당한 대체물이며 이 대체물의 형성은 앞서 설명한 실수행위나 꿈의 해석처럼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20강부터 본격적인 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성도착적인 충동들은 개인의 의식이 아닌 무의식에서 비롯되는데 이러한 충동들은 유년기에서부터 그 원인이 발생하고 따라서 어린이 모두가 그런 기질적 요인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구순기, 항문기 등의 과정을 거쳐 어머니를 사랑의 대상으로 선택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까지 리비도가 인간에게 어떻게 모습을 드러내는지를 순차적으로 설명해준다. 리비도가 퇴행과 억압이라는 과정을 거치면 히스테리와 강박 신경증과 같은 신경증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즉 신경증에 걸리는 것은 리비도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박탈당하는 경우인 것이다. 억압된 리비도가 불안이라는 방식을 빌려 배출되기도 하고 리비도의 대상을 포기하고 자기 자신을 설정하는 나르시시즘의 방식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우리는 왜 프로이트를 읽어야 하는가?>


내가 본 프로이트의 저서는 딱딱한 이론서나 강의서가 아니었다. 프로이트에 대해 "시인들은 언제나 당신의 편입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시인들이 당신의 글에서 시를 읽게 될 것입니다."라고 했던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우리가 이미 많은 문학작품에서 보아온 상징이나 암시와 같은 장치에 근원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프로이트는 하루 10시간이상을 환자를 진료하는데 매진했고 진료가 끝나면 고단할 법도 한데 쉬지 않고 그 내용을 분석하고 정리했다고 한다. 자그마치 52년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쏟아부어 <정신분석 입문>을 비롯한 저서들을 완성한 셈이다. 이렇듯 평생을 들였지만 프로이트는 그의 연구 내용이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감추거나 내용을 더하거나 하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이 연구한 학문의 본 모습 그대로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매끄럽지 못함과 어려움 그리고 의문점조차도 솔직하게 밝혔다. 프로이트가 자신을 녹여내 모든 것을 쏟아부어 써내려간 글들이 쉽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프로이트를 읽는 것의 가치가 빛나는 시간들이었다.


2020년 1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프로이트에 푹 빠져 살았다. 온라인독서모임 회원들과 하루에도 몇 번씩 프로이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차례 토론을 진행하면서 결국 이 벽돌책을 격파해냈다! 혼자였다면 분명 해내기 어려웠을텐데 <프로이트> 함께 읽기 독서모임 이벤트를 기획하고 지원해준 열린책들에 무엇보다 감사한 마음이다. <정신분석 강의>를 읽는 것은 비단 신경증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인간에 대해 한층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마음의 여지가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 스스로도 자기자신에게 속고 마는 경우가 허다한 복잡다단하고 번잡스러운 현대 사회에서 자신과 대면하기 위한 준비운동을 도와주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프로이트>를 읽는 것의 가치는 그야말로 언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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