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과 마르가리따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75
미하일 불가코프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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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맞기까지, 마지막 작품 <거장과 마르가리따>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미하일 불가코프는, 그의 작품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출판 및 공연화가 금지되는 등 침묵을 강요받는 상황속에서도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주인공들의 입을 빌어 신랄하게 비판하고 풍자하고, 비웃어주었으며 소비에뜨를 대변하는 등장인물들을 골탕먹였다.


모스크바의 빠뜨리아르흐 연못가, 이반과 베를리오즈는 예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예수라는 존재 자체는 이 세상에 존재한 적이 결코 없으며 그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단순한 허구이자 가장 평범한 신화에 불과하다'(P.18)고 주장하는 베를리오즈, 그리고 이반 앞에 자칭 흑마술사라는 외국인 교수 볼란드가 나타난다. 그는 예수와 본디오 빌라도의 이야기 한 토막을 들려주며, 느닷없이 예수의 존재를 부정한 문학협회 회장 베를리오즈가 곧 목이 잘려 죽을 것을 예견하며 이 작품은 시작된다.


흑마술사 볼란드의 예언대로 베를리오즈는 죽음을 맞게 되고 그것을 목도한 이반은 실성한 상태에서 볼란드 일당을 추격한다며 난동을 부렸고 결국 정신병원에 갇힌다. 그의 옆 방에는 본디오 빌라도 이야기를 소설로 써냈지만 비평가들의 혹평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자신의 작품을 불태우고 스스로를 정신병원에 감금시킨 거장이 입원해 있었다. 


이를 모른채 사라져버린 거장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의 연인 마르가리따는 악마의 여왕이 되는 것도 불사한다. 마르가리따가 악마의 무도회를 위해 치장하는 모습부터 무도회를 찾는 많은 악마들을 맞이하는 장면,  무도회의 마지막 파날레인 베를리오즈가 영원한 죽음을 맞게되는 것까지 얼마나 환상적인지 마치 내 눈앞에서 그 무도회가 펼쳐지는 듯 화려한 상상의 무대가 그려졌다. 마르가리따는 악마의 무도회에서 여왕이 되어준 대가로  그녀의 앞에 거장을 소환해낼 수 있었다. 거장은 마르가리따의 희생으로 다시 자유로운 몸이 되기도 하고 그의 소설에서 안식을 염원하던 본디오 빌라도와 직접 대면하는 기회도 얻는다. 거장과 본디오 빌라도, 그 둘은 둥글게 빛나는 달 아래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예수와 본디오 빌라도의 이야기와 그것을 소설로 써내는 거장, 아이러니하게도 예수의 존재를 증명해내는 악마인 볼란드와 그의 일당들, 그들이 이끄는 환상의 세계!! 미하일 불가꼬프 자기자신을 투영한 듯한 주인공 거장과 그의 연인 마르가리따까지 다층적인 구조를 지닌 <거장과 마르가리따>는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나 볼란드가 모스크바 시민들 앞에서 흑마술을 펼치는 장면이나, 볼란드와 마르가리따가 악마의 무도회를 여는 장면은 과연 환상문학이란 무엇인지, 영화화된다면 얼마나 근사하고 멋질지 기대가 되기까지 했다.


<거장과 마르가리따>는 미완이다. 죽음이 그를 데려가기 전까지도 쉬지 않고 퇴고에 퇴고를 거듭했기 때문에 미처 완성하지 못한 채 펜을 놓아야 했다. 하지만 미완이기 때문에 이 작품이 가지는 매력은 그 이상을 뛰어넘는다고 생각한다. 그가 생명을 꺼뜨려가면서까지 써내려갔을 <거장과 마르가리따>의 문장들, 생명의 호흡을 불어넣고 그만큼씩 죽어간 작가 미하일 불가코프! 그는 <거장과 마르가리따> 그 자체이고 그 안에 살아숨쉬고 있다! <거장과 마르가리따>를 내려놓았지만 그 여운이 쉬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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