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체제, 자유주의적 비판 뛰어넘기
이광일 지음 / 메이데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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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체제, 자유주의적 비판 뛰어넘기>는 80년대 급진노동운동의 역사와 위상을 객관적으로 자리매김한 책 <좌파는 어떻게 좌파가 됐나-한국 급진노동운동의 형성과 궤적>을 썼던 이광일의 새 책이다. 어찌 보면 이 책은 <좌파는…>의 전사(前史)격일 텐데 무려 3년이나 뒤에 나온 이유가 궁금하다. 저자도 박정희의 “인간적 그림자”를 벗어나는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탓일까? 이즈음에서 박정희체제를 연구한 학자도 그렇게 이야기 하는 데야 보통사람들이야 오죽하겠나 싶다. 그렇다. 우리는 박정희를 벗어나는데 무척이나 오랜 시간을 보냈어야 했지만, 결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정희는 무슨 망령 같다. 잊힐만하면 튀어나와 늘 현재적 쟁점이 되곤 한다. 경제가 어려워서도 아니고, 대선주자 박근혜 때문도 아니다. 저자 이광일은 YS-DJ는 물론 노무현까지도 박정희체제의 뒤를 이었다고 한다. 왜? 그들이 자유주의적 이분법의 발상을 뛰어넘지 못한 채 “또 다른 독재”로 박정희체제를 유지 온존시켰기 때문이다. 도발적이지 않은가? MB 하에서 ‘잃어버린 10년’을 운운하고 있는 지금, 그 10년이 ‘또 다른 독재’였다고 하니 말이다.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억압”을 분리시켜 사고할 때 자유주의적 이분법의 유혹은 악마의 키스처럼 강렬하다. 어떻게 이 둘을 갈라놓고 박정희체제에 대해 논할 수 있으며, 어떻게 민주주의의 문제를 사회구성체 외부에 있는 어떤 것으로 떼어놓고 인식할 수 있을까? 저자는 박정희체제를 둘러싼 기존 논의구도가 자유주의적 이분법 구도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최근 대중독재 류의 ‘막대 구부리기’ 논의구도 또한 자유주의적 이분법 이데올로기에 빠져있다고 진단한다. 나아가 노동에 대한 착취와 수탈 없이 자본주의가 어떻게 지탱될 수 있겠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자본주의 사회관계의 모순과 갈등을 비켜서 존재하는 성장 일반이나 발전 일반은 결코 없다. 이데올로기 비판! <좌파는…>에서부터 지속돼온 이광일의 일관된 문제의식과 예리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 책 <박정희체제, 자유주의적 비판 뛰어넘기>를 읽으며 4.27재보선 이후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진보대통합’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는 것은 덤으로 얻는 효과다. 그가 말하는 ‘민주주의의 급진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랑시에르를 전유하며 서동진이나 심광현에게도 귀 기울이는 이광일이 다음에는 또 어떤 이데올로기 비판 거리를 가지고 다가올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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