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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평점 :
여자삼대의 인생이야기가 간간히 비춰지는 한국의 근현대사와 함께 전개된다.
술술 읽혔다. 재밌었지만 한편으로 공허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한참을 고민했다.
여자삼대-국밥집 노파, 노파의 딸 금복, 금복의 딸 춘희.
노파와 금복 vs 춘희 의 대비가 강렬하고 그 대비가 상징하는 시대적 인간상의 단절이 있다.
돈만 밝히다가 비극적으로 죽은 국밥집 노파, 남자들에 휩쓸려 정신없이 살지만 돈을 잘버는 천상 장사꾼 금복, 거구에 못난 외모, 게다가 말까지 못하여 금복에게 구박을 받지만 코끼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영혼의 소유자이자 세상과 철저히 소외되어 살아가는 벽돌공 춘희.
어떤 평을 보니 노파와 금복이 근대인의 초상이고 춘희가 탈근대인이라는 해석이 있었다.
나도 그렇게 느껴진다.
그런데 노파와 금복 대 춘희 사이의 철저한 단절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음에 걸린다.
노파와 금복이 살아간 근대와 그 이후의 춘희가 살아가던 시대는 내가 보기에는 연속선상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 시대적 단절을 보여주는 소설 속의 장치. 삼대에 걸친 여자 주인공들 간의 뚜렷한 대비가 아찔했다. 소설 속 화자가 작가여서 그런지 이 대비가 더욱 강렬했던 것 같다.
노파와 금복, 춘희는 삼대에 걸쳐 태어난 인간들이고 각기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 있지만 서로에 대해 철저하게 괴리되어 있다. 그리고 그 단절의 이야기에 남자삼대가 아닌 여자삼대가 나온 것이 불편했다.하지만 노파와 금복, 춘희가 여자삼대가 아닌 남자삼대로 나왔어도 역시 이런 단절은 공허하고 불편했을 것 같고, 여전히 비현실적이었을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마치 세대간에 이해가 없는 우리사회의 현실 그대로를 그려준 것 같긴 하지만, 이 정도의 문학적 리얼리티가 솔직히 나는 아쉽다.
작가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뛰어난 필력을 발휘해 좀 더 나아갔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설픈 화해나 내면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뭔가 한 걸음 더 나아간 문학적 상상력, 그들 간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역동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거나하게 먹었는데 왠지 헛헛한 식사. 그런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