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다 읽은 오늘, 유명한 대기업에 면접을 보러갔습니다. 서울역 역 옆을 지나는데, 수십명의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빨간 조끼를 입고, 부당 해고자 복직을 위해 단식농성을 하고 계셨습니다. 바로 제가 입사하고자 하는 그룹에서 해고당하신 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검은색 벤이 한 대 서있었고, 그 차 속에는 집회하는 쪽을 향해 카메라가 작동되고 있었습니다.

그 회사에서는 무노조 경영을 자랑처럼 내세우며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노조설립을 저지하려는 숱한 더러운 시도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면접의 빈출질문 중의 하나는 '노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기도 합니다. 면접 내내 마음이 좋지 못했고, 합격 발표를 들은 지금도 찜찜함이 가시지가 않습니다.

은강의 어느 기업이 사회에 이익을 환원한답시고 기부를 하는 책의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우리-우리라고 말해도 될는지 모르겠네요-는 허위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지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이 자신은 중산층이라고 믿고, 계급투쟁이니 막시즘은 구시대의 유물로만 치부하면서요. 저도 마찬가지지만.

20년이 되도록 이 책이 필독서로 분류되는 것은 역으로 그만큼 이 책이 담고 있는 진실이 지금에까지 유효하단 얘기일 것입니다. 두산중공업 배달호씨부터 한진중공업 김주익씨까지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수많은 난장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개인적인 일상에 갇히어 살 때면 한 번씩 들춰보면서 우리 시대의 난장이에 대해서, 나 자신에 대해서 반성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