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25
서머셋 몸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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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을 앞두고 말로만 듣던 살벌한 취업전쟁을 이제서야 체험하고 있다. 최전선에 던져져서야 뒤늦게 깨달은 위기감. 직업은 생활의 방편이자 자아 실현의 장이라 하지만 여기저기 지원서를 써갈기는 내 모습을 보면 속절없이 내쉬어지는 깊은 한숨.
일을 통한 자아 실현? 적성과 능력은 그저 배부른 소리라며 애써 외면해버려야 하는 내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다.

꿈과 이상을 좇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더없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생활의 안정을 추구하며 소시민적 삶을 사느라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에겐 더욱.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성우가 이런 질문을 받던 장면이 생각나는군요. 그토록 하고 싶던 밴드생활을 하며 살지만, 일상에 찌들어 사는 모습을 보며 마찬가지로 그만그만한 인생을 사는 친구로부터 '행복하니?'란 질문을 받고서는 호쾌한 답을 못하던 장면이요.

스트릭랜드 역시 '달'을 위해 '6펜스'를 버린 뒤 궁핍한 생활을 살게 되고, 소설 의 '나'로부터 행복하냔 질문을 받는다. 하지만 스트릭랜드는 단호하게 '그렇소'라고 말했다. 그에겐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삶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삶이었기 때문이다. 안온한 삶이라고 하더라도 진정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는 삶은 죽음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 하여 불혹이라는 마흔의 나이에 가출을 감행한 그의 용기가 부럽다.

나의 달을 찾고 싶다.

p.s 감동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실제의 고갱은 '6펜스'에 초연한 예술가의 삶을 살지 않고, 주식중개인을 하면서도 경제적 안락함을 누리고, 높은 그림가격을 받으려고 끊임없이 자신의 예술을 선전하였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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