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길의 왼쪽 - 황선미 산문집
황선미 지음 / 미디어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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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길의 왼쪽
작 가 황선미
출판사 창비

<마당 나온 앎탉>
지금은 초등학생인 두 딸이
한 아이는 어린이집 보육생이고.
한 아이는 내 품 안의 작은 아기였을 때,

애니메이션으로
책으로 접했던 작품이다.

매일 찍어내듯 알을 낳아야 하는 숙명을 지닌
공장 같은 닭장 속 암탉 잎싹

꿈을 포기하지 않는 여성.
연모했던 청둥오리의 남겨진 알을 품는,
드라마 속 틀에 박힌 표현이지만 사랑으로 키운 길러준 엄마 잎싹.

작품의 이미지 그대로
나는 황선미 작가를 잎싹의 분신이자 자애로운 성모상 같은 존재라 생각했다.

작가는 위대하고,
작가는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물론 다르다)
특별한 존재라 그런 편견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작품 <익숙한 길의 왼쪽>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좋아하는 작가
와 닿는 제목, 끌리는 표지 속 삽화다. (아니면 목차)

황선미 작가의 이번 작품은 제목이 나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익숙한 길의 왼쪽>

제목에서 느껴졌다.
이질적인 느낌과 동반되는 신선한 감각, 그리고 가 본 자만이 느끼는 성취감.

수영이라는 물속이라는 세계와 인연을 5주년.
37년 동안 철저히 육지생물이었던 ‘나’는
혹시 작가님과 ‘비슷한 느낌일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열었다.

나 편한 데로 그녀에 대한 상을 갖고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불안정한 생활을 보냈으나 그것이 좋은 책을 쓰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는 것……』 P9 <생의 한 가운데> 중에서

책 읽는 내내
<생의 한 가운데> 중에서 화자인 ‘나’가 동생 니나를 떠올린 그 구절이 떠올랐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도 희 노 애 락을 느끼고, 남다른 감수성으로 깊은 상처와 아픔, 슬픔을 글로 표현하는구나 생각했다. 작품을 통해 느껴지지 않는 작가만의 인간적인 감각, 생각, 느낌이 전해졌다.

참 많이 외로웠다.
참 많이 웃고자 노력했고, 참 많이 내 것을 위해 투쟁했다.
내가 틀리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자 참 많이 합리화했고, 참 많이 남을 헐뜯었다.
순수하지 못했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순수한 시절은 태어나서 일곱 살 때까지.
그 짧은 황금빛 기간. P74

불완전한 관계를 회복하지 않아도 괜찮구나 하고
삶에서 관계에서의 화해, 그리고 행복한 결말로의 완결이라는 강박관념을 가진 나에게
숨통도 열어주었다.

엄마.
왜 나를 떠나지 않아?
아직도 내게 요구할 게 있나?
혹시 나를 걱정해?
끝까지 나더러 투쟁하라는 거야?
그래요. 난 엄마를 털어내고자 부단히 애쓸 거야. 엄마처럼 살지 않아.
나는 끝내 나이고 싶어. 내 목소리에 숨어서 엄마를 확인하게 하지마. 엄마와 갈등의 시간이 나를 키운 것. 그것으로 충분해요. 그렇게 이 콤플렉스 덩어리가 만들어졌잖아. 이게 내가 사는 방법인걸……. P56

나 역시 그저 활자가, 그림이, 책이 좋은 사람인지라
글을 쓰는 작가님의 책에 대한 마음이 나온 구절이 반가웠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는 일. 그렇게 다시 나에게 어린 시절의 순수한 즐거움을 선물하고 싶다.
오늘도 책의 무덤에서 나는 내 삶을 증명하고 유익한 시간을 확인한다. P96
작년 겨울
여름 섬나라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보았던 영화 <위대한 쇼맨>

뻔한 스토리지만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다르다는 이유로 숨어 지낸 이들이 용기를 가지고 세상에 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인 영화였다.

영화와 영화를 매개로 들려주는 작가의, 그녀만의 위대한 쇼맨을 만나게 된 이야기를 눈으로 읽으며, 나 역시 어린 시절 내가 만난 일상예술가들을 떠올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여행, 기대 밖의 인물의 대화 속에서 인생의 보물 상자를 발견하는 경험은
모두에게나 열려있구나 하는 안도감도 얻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러나
우리와 같은 공기를 마시고 동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

글쓴이의 삶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에 대한 작은 시선과 발견들을 엿볼 수 있는 보물 상자와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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