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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윌버 문구점
샐리 페이지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9월
평점 :
《디어 윌버 문구점》은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마음이 갔어요.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런던의 오래된 문구점이라는 배경만으로도 괜히 문을 열고 들어가 보고 싶어지는 책이에요.
오랜 시간 함께한 연인과 헤어지고 직장까지 잃은 조는 런던의 작은 문구점으로 숨어들듯 찾아가요. 처음에는 그저 잠시 머물 곳이 필요했지만, 52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문구점에서 일하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해요. 손님을 만나고, 물건을 정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펜과 노트를 골라 가게를 채워가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의 취향도 하나씩 되찾아가요.
이 과정이 좋았어요. 갑자기 멋진 사람이 되거나 인생의 정답을 발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요.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느라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잊어버렸던 사람이 아주 사소한 선택부터 다시 자기 몫으로 가져오는 이야기였어요.
특히 “모든 것에 자기 자리가 있고 모든 것이 그 자리에”라는 말이 오래 남았어요. 문구점의 물건을 두고 하는 말인데 이상하게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말처럼 느껴졌어요. 어디에도 내 자리가 없는 것 같은 순간이 있지만, 어쩌면 아직 나에게 맞는 자리를 찾지 못했을 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만년필과 손 글씨, 편지에 관한 이야기도 참 좋았어요. 빠르고 편한 것이 익숙해진 요즘, 누군가를 생각하며 종이를 고르고 직접 글씨를 써 마음을 전하는 일은 그 자체로 특별하잖아요. 문구점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사연이 하나둘 이어지면서 낯선 사람 사이에도 우정과 위로가 생겨나는 과정도 따뜻했고요.
이 책은 무너진 삶을 단번에 바꾸는 이야기가 아니라, 잊고 있던 ‘나’를 천천히 되찾는 이야기였어요. 꼭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시 좋아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내 마음으로 선택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인생의 다음 페이지는 충분히 시작될 수 있으니까요.
책을 덮고 나니 아까워서 쓰지 못하고 넣어두었던 예쁜 노트와 펜이 생각났어요. 이제는 아끼기보다 자주 꺼내 써보고 싶어요. 우리의 다음 페이지도 그렇게 사소한 것 하나에서 시작될지 모르니까요.🫣🫶🏻
이 서평은 르온서평단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솔직한 후기로 작성된 글입니다.
@gbb_mom
@dasanchaek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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