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의 배신 - 살찌는 체질이란 없다
박지인(어떤약사)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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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할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덜 먹어야지’였어요. 밥을 줄이고, 빵이나 단것을 참아야 살이 빠진다고 생각했는데 “혈당의 배신”은 조금 다른 곳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요. 살찌는 체질을 탓하기 전에 내 몸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혈당’을 먼저 이해해 보자는 거예요.

저자는 현직 약사이자 건강 콘텐츠 크리에이터 ‘어떤약사’로, 자신의 혈당 관리 경험과 반복된 다이어트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요. 스물일곱에 예상하지 못했던 당뇨 전 단계 판정을 받은 뒤 직접 연속혈당측정기를 착용하고 여러 음식과 생활 습관에 따라 혈당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기록했다고 해요.

읽으면서 좋았던 건 특정 음식을 무조건 먹지 말라고 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같은 탄수화물을 먹더라도 무엇과 함께 먹는지, 어떤 순서로 먹는지, 먹은 뒤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혈당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 줘요.

특히 식후 운동에 관한 부분이 기억에 남았어요. 거창하게 운동복을 입고 땀을 뻘뻘 흘려야 하는 게 아니라 식사를 마친 뒤 가능하면 10~30분 안에 일어나 10분 정도 가볍게 걸어보라고 해요. 밖에 나가기 어렵다면 실내 통로를 걷거나 제자리걸음으로 대신해도 되고요. ‘운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시작부터 부담스러운데 이 정도라면 일상에서도 한번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복에 대한 설명도 현실적이었어요. 처음부터 무리하게 긴 공복 시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식사 시간을 먼저 정하고, 다음 날 첫 끼까지 12시간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12시간이 편안해진 뒤에야 13~14시간으로 늘리고, 기력이 떨어지거나 폭식하게 된다면 다시 줄이라고 해요. 무조건 오래 굶는 것이 좋은 게 아니라 내 몸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먼저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책 후반에는 앞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생활로 가져오는 ‘혈당 습관을 만드는 4주 실천법’도 나와요. 밥을 끊지 않고도 한 끼의 혈당 반응을 바꾸는 방법부터 공복, 움직임, 근력운동, 수면까지 하나씩 생활 속에 배치해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읽고 끝나는 건강책이라는 느낌이 덜했어요.

영양제에 관한 부분도 흥미로웠어요. 혈당에 좋다는 영양제를 무작정 나열하는 대신 근거 수준에 따라 구분하고, 영양제를 먹기 전에는 내가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부터 기록해 보도록 해요. 식후 혈당인지, 공복 혈당인지, 변비나 식이섬유 부족인지 목표를 하나 정하고 현재 상태와 평가 방법, 중단할 기준까지 생각해 보는 방식이에요. 광고에서 좋다고 하니까 일단 사놓고 보는 것과는 완전히 반대라서 이 부분도 꽤 실용적으로 느껴졌어요.

결국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바뀐 건 ‘다이어트는 참는 것’이라는 생각이었어요. 적게 먹고 배고픔을 견디다가 결국 폭식하고, 다시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고 자책하는 일을 반복하기보다 내 몸이 음식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고 식사 순서와 공복 시간, 식후의 작은 움직임 같은 생활 습관부터 바꿔보는 거예요.

제목의 ‘혈당의 배신’이라는 말도 다 읽고 나니 조금 다르게 느껴졌어요. 어쩌면 혈당이 나를 배신한 게 아니라 그동안 내가 혈당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더라고요.

어렵게 숫자만 설명하는 건강책이 아니라 오늘 저녁을 먹은 뒤 10분 걸어보기처럼 바로 시작해 볼 수 있는 방법이 많은 책이라 좋았어요. 매번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만 오래 이어지지 않았던 사람이나, 혈당과 식습관을 함께 관리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 좋은 책이에요.


르온서평단(단단한맘&수련)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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