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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1997년 3월
평점 :
절판
이문열씨의 소설 '선택'으로 우리나라의 문예계는 한때 시끄러웠다. 너무나 잘 알려져 있듯이 선택은 약 500년전 조선 중기에 살았던, '정부인 장씨'로서 기록에 이름이 남아있는 한 여인이 자신의 일생을 서술하는 형식을 띄고 있다.장씨부인은 시서에 능하고 남달리 총명하였지만,여성으로서 가장 중요한 미덕은 가정을 평화롭게 꾸려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학문과 예술을 접고 그당시의 아내와 딸로서의 이상을 실현하기로 결심한다.
그후, 장씨부인은 혼인을 하여, 훌륭한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부족함 없는 인생을 보낸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의 성취는 예술이 아닌 아이들의 훌륭한 성장과 가문의 번영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반식을 선택한 것은 바로 자신의 의지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초연한 태도로 현대의 여성해방론을 비판한다.특히 그녀가 비판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잃어버렸다고 느끼고 있는 중년의 여성들이다.
이글의 일반적인 비평은 여기에서는 생략하겠다. 이글에서 이야기 해보고자 하는 것은 과연 이 소설 속에서 여성의 자리는 어떠한 것인가이다.이 소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제기하고 있는 것은 결국 현대 여성들이 가진 삶의 자리에 대한 비판이다.특히나 이 소설에서 설득력있게 제시되고 있는 비판대상은 이른바'잘못된 페미니즘의 환상'에 빠져서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고귀함과 중요성을 망각하게 된 중년여성들이다.
작가는 당당하게 자신의 삶이 의미있었다 말하는 여성을 내세워 이런 여성들을한편으로는 위로하고 한편으로는 근엄하게 설교를 하려 하는 듯 보인다.그러나 이 작품은 정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거울 역활을 하는데 성공하였을까? 다른 중점적인 비판을 제외하더라도 그 부분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한예를 들어 이글이 그토록 섬세한, 여성적인 문체로쓰여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소설을 두번째 읽었을때, 마치 여성이 존재하지 않는, 조선조의 족보를 읽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것은 장씨부인의 아들들의 성취를 기원하는 부분이 한장을 차지하며 쓰녀짐데 비해, 그녀의 딸들은 심지어 어디로 시집을 갔는가 하는 것초차 밝혀지지 않은채, 이름도 없이 작품의 후반부에서는 사라져 버린다.
결국 이 소설에서 장씨부인의 일생에 영향을끼친 인물은 모두 남자들이 아닐까? 어째서 그녀의 어머니, 딸, 그리고 다른 여자들은 그녀의 삶을 이루어나가는데 그림자조차 드리우지 못했을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 소설속에서 여성들은 모두 시집을 갔거나 죽어서, 작품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작가는 이 소살에서 어떤 인물을 만드는 것보다는 인물을 발려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는데에 더 치중한 것이다.그렇지만 오히려 그러한 시도는 장씨부인을 현실속에 존재했던살아있는 인물로서가 아니라 작가의 꼭두각시처럼 느끼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