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삼부작
폴 오스터 지음, 한기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1996년 5월
평점 :
절판


마치 일종의 탐정소설같은 구조로 진행되는 이 책안의 세 이야기주인공들은 우연한 계기로 자신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삶의 기반을 떠나게 된다.이상한 사건들 속에 뛰어든 주인공들은 사건이 점점 복잡하게 얽혀들어가고 자신들이 그 일 속으로 몰입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들은 언젠가는 자신의 옛 생활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던 과거는 마치 점점 사라져 버리는 환상처럼, 그들조차 깨닫지 못한채 사라져 버린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연인은 그를 떠나고, 자신이 세 들어 있던 집에서는 모든 가구를 가져다 버린다.그들은 자신이 예전에 가졌던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마져 잊어버리고, 완전히 사라져버린다.그들이 사라져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오직 이 책의 독자들 뿐이다.그 외에, 그들이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세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들은 이 책의 요소요소 속에서 등장하면서 이 세가지의 다른 이야기들이 한가지의 주제로 얽혀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 역활을 한다.배경이 되는 뉴욕은,많은 사람들이 익명으로 살아가는 오늘날의 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슬아슬한 균형으로 사람들의 관계가 이어져 있는 <유리의 도시>의 모습을.

어떻게 한 사람이 완전히 예전의 생활에서 사라져 버릴수 있는가? 이 이야기들은 이러한 의문을 우리에게 던진다.이런 단절이우리 자신의 일상속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아마도 우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알고있는 누군가가 갑자기 없어진다면 당신은 그를 잊어버릴 것인가?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당신은 무엇이라고 대답하겠는가. 우리들은 알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살아가면서 그들이 삶 속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건이 시작되기 전부터 매우 극단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와도 진정으로 연관성을 거의 갖지 못한 고독한 삶 말이다.그렇지만 다시한번 생각해보면, 그렇게 갑자기 사라진 것은 아니라 해도 어떤 시기와의 단절은 우리들에게도 늘 있는 것이다.연락이 끊어진 옛 학교 친구나, 만나지 않게 되어 버린 가족들과 같이 거의 기억하지 않는.그리고 우리들은 그들의 삶 속에서 우리들의 가장 깊은 곳에 숨어있는 고독을 보게된다.우리는 누군가에게 잊혀진 사람일 것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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