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은 우울하다. 제일 좋아하는 색이지만 그래도 슬픈 색이다. 이폴리트가 시칠리아에 도착하기 전, 비행기에서 향수를 판매하는 안내방송의 말풍선이 파란 바다와 대비되는 노란 모래사장 풍경 위로 쓰여진 장면이 인상깊었다. 어쩌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과 닿아있는 것 같다. “왜 누군가는 평생 태어난 땅에서 살 수 있고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모국을 탈출해야 할까?” 이제는 운이 이 모든 일을 결정한다는 것을 마음으로 머리로 받아들인 나이가 됐지만, 그렇기 때문에 선한 신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어떤 사람은 그저 운이 좋아 몇십 유로의 항공권을 사서 타국에 입국하고, 어떤 사람을 살기 위해 몇천 유로를 내고 바다를 표류한다. SOS 메디테라네에 구조되지 못한 수많은 배는 어떻게 됐을까?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으로 이렇게나 불행한 사건을 알게 되다니 죄책감이 든다.어떤 나라에서 화성에 로켓을 쏘는 동안 어느 나라에서는 뗏목 위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몇분 차이로 누군가는 리비아 경비대의 배에, 누군가는 SOS 메디테라네의 오션 바이킹에 타고.이런 모든 일에 화가 난다. 왜 이런 일은 뉴스로 안나올까? 나혼자 안전한 모래톱 위에 서서 정박하지 못하고 배 위에서 굶어죽는 사람을 직접 본 것 같은 기분이다. 무력하고 우울하다.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더 많이 알게 되길 기도한다.#바람북스 #도서제공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