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끝, 파랑
이폴리트 지음, 안의진 옮김 / 바람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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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은 우울하다. 제일 좋아하는 색이지만 그래도 슬픈 색이다. 이폴리트가 시칠리아에 도착하기 전, 비행기에서 향수를 판매하는 안내방송의 말풍선이 파란 바다와 대비되는 노란 모래사장 풍경 위로 쓰여진 장면이 인상깊었다. 어쩌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과 닿아있는 것 같다. “왜 누군가는 평생 태어난 땅에서 살 수 있고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모국을 탈출해야 할까?” 이제는 운이 이 모든 일을 결정한다는 것을 마음으로 머리로 받아들인 나이가 됐지만, 그렇기 때문에 선한 신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그저 운이 좋아 몇십 유로의 항공권을 사서 타국에 입국하고, 어떤 사람을 살기 위해 몇천 유로를 내고 바다를 표류한다. SOS 메디테라네에 구조되지 못한 수많은 배는 어떻게 됐을까?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으로 이렇게나 불행한 사건을 알게 되다니 죄책감이 든다.
어떤 나라에서 화성에 로켓을 쏘는 동안 어느 나라에서는 뗏목 위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몇분 차이로 누군가는 리비아 경비대의 배에, 누군가는 SOS 메디테라네의 오션 바이킹에 타고.
이런 모든 일에 화가 난다. 왜 이런 일은 뉴스로 안나올까? 나혼자 안전한 모래톱 위에 서서 정박하지 못하고 배 위에서 굶어죽는 사람을 직접 본 것 같은 기분이다. 무력하고 우울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더 많이 알게 되길 기도한다.
#바람북스 #도서제공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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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 (문고본)
과달루페 네텔 지음, 최이슬기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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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되니 가까운 사람들의 임신, 출산 소식이 들려온다. 첫 조카가 태어나 예뻐하면서도 올케의 독박육아에 미안해지고,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친한 친구의 임신 소식에 축하를 건넸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고생할 미래가 걱정된다. 이 책은 이러한 모든 삶의 모습들을 따스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임신, 출산, 모성 그 모든 것을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 살고 있으면 긍정하기 힘든 것들이다. 하지만 <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를 읽고 무거운 분노를 조금은 덜어내게 되었다.
여자들은, 우리들의 삶은 아무도 재단할 수 없다. 여성을 판단하고 너는 잘하고 있어, 못하고 있어 말할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나는 그저 이 책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그러했듯 내 삶을 살아갈 것이다. 할 수 있다면 라우라처럼 이웃을, 친구를 응원하고 도우면서. 그 이외의 나쁜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가 담담한 문체로 서술한 책 속 인물들처럼 어떤 운명이 오더라도 그냥 살아가길 바란다. 많은 여자들이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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