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헤이그 특사 이준과 아브라함 카이퍼의 만남 - 우리가 몰랐던 두 사회 진화론자들의 만남과 회심
김정기 지음 / 세움북스 / 2023년 8월
평점 :
개인적으로 역사를 다루는 책들을 많이 어려워했고, 힘들어했다. 구체적인 사건들이 발생한 시기들과 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인과관계를 살펴보며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사이의 얽힘을 책으로 접하게 될 때 너무나도 빨리 집중력을 잃어버리는 모습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도전하기에 정말 좋은 책이었다.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두 인물의 삶, 어떻게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역사적 고찰은 흥미를 잃어버린 역사에 대한 관점들을 변화시키기에 너무나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도 큰 도전을 받았던 부분은 저자가 인물들을 다루어내며 치우치지 않으려는 씨름들을 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어떠한 인물들을 바라볼 때 있어서 가장 먼저는 사람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들과 무수히 많은 환경적 요소들과 계속해서 상호작용하며 변화한다.
때로는 그 변화가 부정적인, 엇나가는 것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은 그 방향으로부터 다시 돌려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니까 특정한 시기의 어떤 사람의 모습을 보며 그 사람을 규정짓고 판단하는 것은 너무나도 아쉬운 것이다.
헤이그 특사로 파견된 이준이라는 사람을 이 책을 통해서 보게 되었다. 이준이라는 사람을 보았다. 그의 어떤 역사 속에서의 성취와 과업으로 판단된, 규정된 이준이라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 이준’ 에 대해서 보았다. 그가 처한 상황 속에서 어떠한 기준과 방향을 가지고 삶을 살아왔었는지에 대한 발자국들, 그 기준들과 방향들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변화되는 지를 그려내는 역동적인 역사적 서술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오늘날 사람들은 사람을 통한 변화에 대해서 너무나도 많이 닫혀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게 된다. 누군가를 통해 배우려는 열심과 누군가와의 관계를 통해, 공동체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어리숙함과 미성숙한 부분에 대한 성장과 성숙을 추구하는 모습들이 너무나도 많이 사라진 것 같고, 나도 결코 이 부분에 있어서 자신이 없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서로를 통해 더욱 사람다워진다.
그렇게 변화에 대한, 성장과 성숙에 대한 굳어진 마음의 벽들이 허물어지고, 나의 미성숙함과 부족함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다시 회복될 때에, 어떠한 일부분의 모습으로 나의 모습을, 너의 모습을 너무나도 쉽게 규정짓고, 판단했었던 지난날의 모든 조급함들로부터 자유롭게 될 것이다.
그렇게 열려 있는, 기꺼이 변화되고, 깨뜨려지고, 다시 일어나 성장과 성숙을 향해 방향을 돌려 한 발자국 내딛는 변하고 있는 한 사람을 통해 변화는, 성장과 성숙은, 흘러가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 흘러감이 어디까지 이르게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사람은 변할 수 있고, 그 변화는 그 사람에게서 멈추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나의 부족함과 어리숙함을 바로 인식하고, 거기서 멈추거나 합리화하지 않고 다시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분명한 의지를 품을 때 그 일들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일이 일어났었고, 지금도 일어날 수 있음을 보라고 독자들을 초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