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움과 해변의 신
여성민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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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동안 어떤 그리움이 계속 밀려왔다. 특히 <해변의 신들>을 읽을 때 그랬는데 작가는 기승전결 식의 전개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세 사람이 해변에서 주고받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내가 해변에 있는 느낌이 든다. 단지 있기만 한 게 아니라 어떤 분위기에 합류하게 된다. 그게 이 소설의 매력이랄까. 미치도록 한 쪽으로 흘러가는 이것.”(197p.)이라는 표현처럼 이야기와 감정과 대화가 끝없이 한쪽으로 흘러가는 이것은... 그리움의 형식일까? 고통스런 사랑의 감정? 그러고 보면 소설에 사랑, 연인, 그리움이란 표현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종교적인 신과는 다른 느낌의 신에 관한 대화들나는 그런 것들이 좋았다.

 

신이 볼 때 인간이 만든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건 담배 연기죠. 신이 만들 수 없는 유일한 것이니까요. 입안에 연기가 가득한 동안 신은 인간의 입을 바라보고 있죠.”(177p.)

 

<애인과 시인과 경찰>은 한 편의 부조리극을 생각나게 한다. 내게는 이 소설집에서 가장 생각을 많이 하며 읽은 단편이었다. 대학을 휴학하고 읽은 외젠 이오네스코도 떠올랐는데 그보다는 페이소스가 좀 더 있는? <부드러움들>은 소설 속의 푸르고 흐린 풍경과 이야기와 사람들이 자꾸 스치고 지나가고 그러다 다시 만나고 뭉치는 느낌. 마침내는 뭔지 알 수 없는 저녁의 형태로 남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봄밤>은 가슴이 먹먹하다. 아이의 언어가 굉장히 놀랍고 폭발적이다. 내가 드럼을 좋아해서 그런지 내겐 아이의 언어가 끝없는 드럼소리로 들렸다

사실 리뷰는 읽기만 했지 처음 쓰는데 올해 읽은 세 권의 책 중 이걸 고른 이유는 두 문장이 내게 오버랩돼서인지도 모른다(ㅠ ㅠ).


사랑은 어떻게 끝나는 걸까.

어떻게든 끝나겠지

  <부드러움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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