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 - 도시의 삶은 정말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가
마즈다 아들리 지음, 이지혜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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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이 닿는 나의 일생의 기억에는 도시의 삶 뿐이다. 

초등학교 5학년 이후로 서울, 대도시로 이사와 계속 살고 있다. 

나는 이 거대한 도시에서 얼마나 만족하고 살고 있는가?


흔히들 도시의 삶에 대해 말할 때, 그 장점 보다는 단점을 부각시키곤 한다. 

그리고 도시와 그 안의 직장생활이 주는 피곤함과 스트레스에 치이고 치인 주변 사람들은 귀농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다행인 것은 난 귀농에 흥미가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나와 평생을 약속한 사람은 풀과 흙이 선물하는 생명력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보인다. 뼛속까지 도시인일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읽었을 때에 이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인 표지의 질문들에서 이 작가는 어떻게 이 주제를 이렇게도 두껍게 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제일 처음 들었다. 심지어 글씨 크기도 크지 않았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인문학적이면서 고도의 심리학적인 지식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 깊이 있는 지식들이 상당히 재미있는 표현들로 적혀있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재미있었다. 


책은 가장 먼저 '스트레스'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는 현대인이 자주 공격 당하는 무기다. 과거에는 직접적인 폭력이 그들의 육체와 정신을 괴롭혔다면, 현대에 와서는 스트레스라는 것이 인간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고 있지 않을까라는 잡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할 만악의 근원 정도로 적어 놓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유익한 스트레스와 유해한 스트레스로 구분하여, 우리의 인생이 추구해야 할 스트레스의 관점을 설명해 준다. 인생은 우리에게 기쁨을 주지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에서 인생을 배우는 사람에게는 또 다른 차원의 기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도시에서 받는 스트레스 또한 현대인들에게 아픔을 준다. 도시의 빠른 속도와, 소음은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피곤하게 한다. 나도 출퇴근 과정에서 받는 만원 버스, 만원 지하철의 스트레스가 도시의 삶을 질리게 한다. 하지만 반대로 그 번잡함이라는 수요로 인해, 이 대도시를 더 편리하게 다룰 수 있게 하는 공급들이 생성된다. 시골에서는 누릴 수 없는 스피드와 사회 망이다.  


 책은 자주 도시와 시골을 비교하며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설명해 준다. 스트레스와 편리함이 교차하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시골이 줄 수 없는 다양한 것들을 맛본다. 나도 그 시골이 주는 자연을 꿈꾼다. 그래서 취미 중에 캠핑이 추가 된 것 같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365일 중 10일 정도만 자연에서 자는 것으로 현자타임을 불러 일으키기엔 충분하다. 나는 도시인이다. 


오랜만에 인문 도서를 읽었다. 인문학 책을 읽으면 지식 습득이라는 점에서 머리가 따뜻해 짐을 느끼곤 하지만 동시에 머리를 써야 하는 피곤함이 몰려 온다. 그래도 이 책은 작가가 훌륭해서 그런지, 공감이 가는 내용도 많았고 배울 점도 많았다. 



 그 중 흥미로웠던 챕터의 제목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너무 공감이 된다. 

'아이들이 살기 좋다면 모든 사람에게도 좋은 도시다.'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봐도 수긍이 가는 말이다.



도시가 군중 속에 외로움을 줄 것이라는 주제에서 나오는 문장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관계의 질이라는 말에서.. 내 주변을 생각하게 된다. 감사하다. 



 흥분과 진정이 반복되는 유럽으로 가고 싶다. 그 매력을 도시의 관점에서 개념화 해주는 이 책이 매력적이다.


흥분과 진정이 반복된다는 표현… 내가 추구하는 삶이 표현된 아주 좋은 말이다. 기억해 두었다가 써먹어야지 


도시 안에 스트레스.. 그 자극이 주는 유익에 관하여


.


우리네 인생들이 그러하듯 고통은 우리에게 아픔만을 주지 않는다.


회사에서 일할 때, 가장 속도가 나게 되는 상황은 '이거 내일까지야'라는 말을 상사로부터 들을 때다.


 

도시 공간을 내 것으로, 

.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시민인 나에게는 도시를 내 것으로, 자산화 하여 도시를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활용 능력이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다. 좋네


바깥 기온이 영상에 머무는 시간이 대부분인 날들이 오면, 난 다시 한강 자전거 도로를 타고 출퇴근을 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서울의 주인으로 서울을 누리는 방법이다. 



또 인상깊은 글귀는


고독하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 즐기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분주하고도 바쁜 도시의 일상에서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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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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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봤다. 

나도 이 책을 다 볼 수 있을 지 몰랐다. 

단편 모음집이고 엄청 두꺼웠다.


다 보고 나니, 책 뒤에 흔히 써있는 프로들의 평들에 엄청 공감이 간다. 

'우아한 문장과 묵직한 감동 ... '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하기 부족할 정도로 우아한 문장들이 자극되어야 할 감정선을 우아하게 만져준다. 

'잔혹하면서도 감성적인 필치 ...' 탄탄하면서 상식적인 역사관이 잔혹했던 역사를 감성적이게 그려준다. 그리고 '어느 쪽이 옳은 길인지 날카롭게 가리킨다.' 

'화장지를 준비할 것'. 지하철이 주요 독서 공간이라, 눈에 습기가 차는 정도로 절제했다. 


기억을 위한 간단 요약


종이 동물원

대표작인듯. 그런데 누가 내게 설명을 좀 해줘요. 이 이야기가 상을 많이 받았는데, 심사 평이 궁금하다. 재미있는 이야기 같은데, 내겐 여기 적힌 다른 이야기들이 훨씬 재미있었다. 


천생연분

인공지능 SW이 인간의 삶에 깊이 개입해서 인간을 도와주는 이야기다. 

'걱정 마십시오. 저는 당신을 기쁘게 하는 방법을 아니까요' 라는 문장이 무섭다. 


즐거운 사냥을 하길

요괴와 인간과의 썸(?)을 다룬 듯 하다. 그런데 요괴가 도시에 적응을 하면서 과학 문명의 혜택을 받는다. ㅋㅋ 낭만적이고 애절하다. 

'위풍 당당한 사냥꾼, 되살아난 고대의 환상이었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자 불과 연기의 냄새가, 윤활유와 연마한 금속의 냄새가 났다. 권능의 향기였다.' 

전율이 일어나는 문장들이다. 이렇게 번역을 해준 번역가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상태변화

사람은 육신과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영혼은 사람의 몸 밖에, 물체의 형태를 가진다. 각자 다른 형태의 영혼을 가진 두 남녀가 연애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내 입술이 어느 입술에 포개졌는지' 이런 시가 있었나? 


파자점술사

중국과 대만의 지금도 이어지는 가슴아픈 역사와 현실을 표현한 이야기. 

'실수로 죽인 삼천 목숨 공산당 간첩 하나 잡으면 아깝지 않네' 라는 표어가 섬뜩하다. 

그리고 이 잔혹한 이야기가 현실적이라 덜덜


시뮬라크럼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다. 짧지만 강렬했고, 딸의 이야기는 적어도 나에게 반칙이다. 소재부터, 구성과 진행 전부가 내 가슴을 때린다. 2번 읽었다. ㅠㅠ 


레귤러

이 책에서 가장 두꺼운 단편이다. 이젠 이 두꺼움이 너무 즐겁다. 그리고 그 기대에 걸맞게 엄청 재밌다. 레귤레이터는 감정을 침착하게 조절해 준다. 이 장치를 가지고 있는 슬픈 과거가 있는 여자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슬픈과거를 레귤레이터가 통제해준다. 통제된 감정과, 슬픈 과거가 지배하는 일상을 주고받으며 가슴을 아려오고 조여온다. 최고다. 


.

칭찬하기도 이제 지쳤으니 구지 단점을 떠올려 본다면.. 가끔 뜬금없이 친절하게 설명을 자세히 해줄 때가 있다. 그래서 이해가 더 쉬워지지만, 현실적 몰입감에 동화적인 방해가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했고, 충분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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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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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아무 정보 없이! 단순하게 일본에서 소설이 한편 나왔고, 잘 나갔기에 영화화 되었다고 들어서! 그리고 때 마침 알라딘에 나도 몰랐던 적립금이 있었고 서비스 적립금을 모아보니 이 책을 살 정도가 되서 구매해서 본 책...

난 순진했다. 그냥 일찍 죽은 소녀가 좀비가 되어 남친의 췌장을 노리는 희안한 로맨스 소설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결국 그냥 불치병 연인의 죽음이라는 평범한 플롯을 가진 특이한 제목의 책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소감, 나라는 존재는 창작물에 감정 이입을 하기에는 너무 까다로운 놈이라는 점이다. 특히 일본 창작물에서 말이다. 차라리 저기 유럽이나 미국 쪽에 감정 이입이 더 쉬운 걸 보니, 국제 친구는 꼭 다른 피부색으로 사귀어야 겠다. 

(그냥 이제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기에, 로맨스 쪽 세포가 다 죽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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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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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와 1/2 번째 읽는 책..


문득 읽을 책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읽었다. 

나라는 사람의 감정은 가끔 기복이 생겨서, 우울했다. (일본 식 표현 같아 따라해 본다.)

우울할 땐 누군가가 나에게 '그래 너 우울하구나. 나도 그래' 라고 말해준다면 그 것 만으로도 위로를 느낄 때가 있다. 요즘이 그렇다.


나이가 30대 중반이 되었는 데도, 감정의 폭을 경험하다니 부끄럽다.


30대의 주인공이 20살 쯤의 자신을 돌아보며 인연을 돌아보는 책이다.

그리고 그 인생을 평범한(?) 내가 지켜보면 약간 충격적인 부분이 적지 않다.

마지막 나오코의 죽음을.. '괜찮아요, 그건 그저 죽음일 뿐이야' 라며 주인공에게 위로하는 레이코의 말은 내가 사는 세계와는 너무 동떨어져 보이는 말이었다.


결국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는 나오코, 레이코, 기즈키의 세계와 (그리고 하쓰미)

상처 받고 극복하는 것을 반복하는 와타나베, 미도리 (그리고 나가사와 선배) 의 세계가 나누어진다는 것으로 개념화 작업을 마무리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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