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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발한다 - 드레퓌스사건과 집단히스테리
니홀라스 할라스 지음, 황의방 옮김 / 한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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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까지 도달하자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낸 가능성과의 조우는, 황홀한 희망이 아니라,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희망과의 조우였다. 그러나 이 희망이야말로 지성을 가진 인간이 선택해야만 하는 희망임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더욱더 확고하게 뿌리를 내린 어떤 인간적 정체성이 소유하고자 하는 기호의 결과임을 이제는 안다. 나는 이 기호를 선택해야만 했다.


할라스의 글은 어느 한구석에서도 소홀함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의 손끝에서 주조된 드레퓌스 사건은, 그 사건에 관계된 모든 인간들의 모습과 당시 그들을 둘러싼 모든 상황의 관계성과 상태를 세밀하고도 정확한 묘사와 일관된 어조로 진득한 무게감을 유지하면서 끌고 간다. 그의 글을 읽으며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모든 당시의 서사가 아무런 위화감 없이 구체적으로 구현되어 하나의 연속적인 장면을 그린다. 이 때문에 이 책은 선명한 화질을 유지한 채로 끝까지 전개되는, 상당히 잘 만든 르포르타주라고 칭할 만하다. 실천적 지식인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라는 이 유명한 말의 탄생을 가능케 한 역사적 배경을 매끄러운 문체와 몰입감 있는 소설적 전개처럼 흥미진진하게 읽고 싶은 이가 있다면 반드시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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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수수께끼 - 개정판 마빈 해리스 문화인류학 3부작 1
마빈 해리스 지음, 박종렬 옮김 / 한길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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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에는 암소숭배가 있었다.

 

 

아무도 용기를 내지 않았던 그 순간에, 용기를 냈거나 혹은 참을 수 없는 반감에 마침내 일어났던 것이든, 해리스는 결국 해냈다. 지성의 능력을 발휘하여, 감히 신밖에 모르는 영역이라 터부시되던 영역에 인간적 지성의 칼날을 들이밀어 날카롭고, 예리하며, 정교하게, 그 안에 감추어진 실체를 뜯어내는 작업을 시도한 것이다. 이 책이 등장한 1970년대, 당시 해리스가 살고 있던 시대는 이성과 과학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가져온 결과에 반성하며 누구나 죄인인 척 겸손한 인간의 코스프레를 하던 시기다. 모두가 겸손한 척, 그 자신의 머리 위에 무지로 통용되는 베일을 쓰려고 할 때, 해리스는 그 베일을 벗긴다. 과도한 무지도 결국은 하나의 어떤 맹신적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 단순히 이해가 안 된다, 모른다는 말로 어떤 특이한 문화양식을 놔두는 것이 과연 그 문화를 존중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건, 무지라는 베일을 덮어쓴 채 거행되는 또 다른 만행의 시작점이 되는 것일까? 일면 특이하고 이해가 안 되며, 더 나아가 미개하다 혹은 야만적이다-라고 당연한 반감을 들게 만들던 문화양식들을 벗겨보자, 그 안에서 발견되는 것은, 역시 우리(해리스를 중심으로 한 백인, 혹은 문화의 우위에 있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는 '문명인'들)와 똑같은 인간들이었다. 똑같은 인간적 속성이 그저 다른 환경 속에서 바로 그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아 다른 형식으로 나타난, 그러나 여전히 동일한 속성을 지닌 하나의 인간적 갈래였던 것이다. 힌두교 문화 속에 있는 당신과 기독교 문화 속에 있는 나는 동일하다. 단지, 당신은 힌두교 문화 속에서 그 영향을 받았던 것이고, 나는 기독교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것일 뿐. 상이한 문화양식은 그저 동일한 인간적 본성이 수많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취할 수 있었던 여러 형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갈래들로 다시금 자리매김한다. 미개/야만과 문명의 경계가 희미해지며 뒤섞인다. 남는 것은 '인간'과 '환경'이다.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이 사실만이 선명하게 뇌리에 새겨진다.

 

전문: https://blog.naver.com/oooodemon0000/222423958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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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문화적 모순 한길그레이트북스 173
다니엘 벨 지음, 박형신 옮김 / 한길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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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벨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았다.


벨의 글은 미노타우르스의 미궁을 만들었다는 다이달로스의 솜씨에 버금간다. 감탄했다. 자신의 해박한 지식을 이용해서 이런 글을 쓰다니. 한 가지 더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걸 번역한 역자의 노력이야말로 지대하다. 덧붙여서 해설까지. 여러모로 더할 나위 없이 정성을 쏟아 만든 이론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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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랄리아 - 플루타르코스에게 배우는 지혜 한길그레이트북스 170
플루타르코스 지음, 윤진 옮김 / 한길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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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플루타르코스는 지혜가 무엇인지 말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는 이 세상에 살았던, 똑같은 피와 살을 가진 심장이었으나, 동시에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고유한 생각을 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이름도 복잡하다. 네일록세노스, 아나카르시스, 이단티르소스, 아르켈라오스, 아스티크라티다스, 폴리크라티다스, 등등. 원래 고대 그리스 로마 때 이름들이 다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그들이 했던 행동, 말들에 대해 끊임없이 말한다. 지혜라는 범주에 속한 채로, 이 세계에 구체화된 지극히 인간적인 표피를 뒤집어쓴 말과 행동에 대해.

지혜는 고정적인 불변의 형체가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다. 살아 있는 인간들 속에, 살아서 존재하는 것이다.



리뷰 전문: https://blog.naver.com/oooodemon0000/222334396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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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정치철학의 모험
강병호 외 지음 / 난장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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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한 표지로는 차마 다 덮을 수 없는 현대 정치철학적 사유의 스펙트럼을 한 자리에서 조명한 내용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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