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나니, 몇해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이 떠올랐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미군에 의해 자행된 끔찍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 순간 진실을 알려고 했다기 보다는 외면하고 싶었다. 아무리 전쟁중이라지만, 너무 인간적이지 않은 사건들이 저질러 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많이 힘들었다. 이렇게 그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내게도 끔찍했던 역사적 아픔들은 과연 그 당사자들에게는, 그리고 그 후손들에게는 어떠한 아픔이었을는지...소설 <손님>은 한국전쟁 중 뼈아픈 동족상잔의 비극을 숨김없이 낱낱이 고발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비극의 씨앗은 우리 민족들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토속적인 것이 아닌 외래의 문물들로서 손님이었다. 서로에게 아픔을 주고, 혹은 또 당하기도 하는 주인공들이 영혼이 되어 우리에게 이러한 메세지를 주고 있었다. 그들에 의해 이야기되고 있는 사건들은 매우 끔찍하고 잔인해서 외면해 버리고 싶은 것들 뿐이었지만, 오히려 당사자들은 태연히, 남은 이들에게 이야기 해준다. 소설 속의 류요섭 목사나 우리 독자들에게 말이다. 그렇다.. 아주 뼈아픈 기억일수록 하나하나 낱낱이 까발려서 그 본질을 파악해야만, 그래서 그 일들을 인정하는 길만이 오히려 우리 기억속에서 지워지고, 아픔이 아닌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