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본능 - 불, 요리, 그리고 진화
리처드 랭엄 지음, 조현욱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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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채식이다. 요즘 건강 생각하는 사람들은 고기를 먹어도 채소를 곁들여 먹으려 한다. ‘구석기 식단’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있었다. 가능한 원형 음식 재료 그대로, 즉 불에 익히지 않고 생식으로 먹으면 건강에 좋다는 내용이다. 식도락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주장은 반복된다. 가공 단계가 적은 음식을 섭취하라!

 

이런 주장의 이면에는 ‘칼로리’가 있다. 채식이나 생식이 주목 받는 이유는 같은 양의 음식이라도 적은 칼로리가 섭취되어 비만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현대인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높은 칼로리’라는 말과도 같다. 부유한 국가들의 중요 이슈가 ‘칼로리 전쟁’이 된지는 오래다.

 

먼 과거, 인류 조상은 열매를 따거나 뿌리를 캐는 수렵 채집 생활을 했었다. 그건 현대인의 말로 바꿔 보면 채식과 생식을 주로 했다는 의미다. 현대인의 고민과는 반대로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거의 섭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류의 조상이 육식을 하는 기회는 매우 드물었다.

 

‘요리본능’의 내용을 단순화 하면, 음식의 칼로리가 인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신체 변화뿐 아니라 인류 문화 생성까지도 포함한다.

 

인류 조상은 유인원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겁 많고 약한 동물이었다. 낮에는 천적을 피해 나무 위에서 생활을 했고 밤이 되어야 땅으로 내려 올 수 있었다. 그때야 비로서 땅의 먹이 감을 구할 수 있었다. 가끔 죽은 동물의 고기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고기는 입으로 오랫동안 씹어야 했으므로 1 칼로리를 얻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시간과 기술이 필요했다.

 

유인원과 비슷했던 인류에게 극적인 변화는 ‘불의 발견’에서 시작되었다. 동물들에게 불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인류는 불을 후생의 도구로 ‘우연’히 재발견 한다. 불타고 있는 아프리카 초원을 상상해 보자. 불을 피해 동물들은 도망가고 인류도 마찬가지다. 그러다가 한 무리의 인류가 불에 타서 죽은 동물의 고기를 먹었다. 가끔 먹었던 생고기는 몇 시간을 씹어야 했지만 불에 익은 고기는 부드러워서 쉽게 넘길 수 있었다. 최초의 화식이 시작된 것이다. 더 적은 시간에 1 칼로리를 얻을 수 있었다.

 

1 칼로리를 얻기 위한 후생의 도구로서 불을 재발견하면서 인류는 비약적인 발전을 한다. “음식물을 익히면 에너지량이 증가하고 칼로리 추가 없이 단순히 부드러워진 음식물로 체중이 증가한다.  부드러운 음식은 소화력이 높으므로 에너지 효율도 좋아진다. 내장이 작아진 인간은 유인원에 비해 10%정도 에너지가 절약되어 몸의 3%에 불과하지만 25%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뇌에 더 많은 에너지를 투여할 수 있었다. 또한 화식 요리법으로 남자와 여자의 노동 분업도 시작되었다.”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이다.

 

여기까지다. 1 칼로리를 얻기 위한 ‘요리 본능’은 종말을 고했다. 곡물 1 칼로리와 육류 1칼로리를 생산하기 위해서 다른 에너지 16칼로리, 70칼로리를 투입하는 폭력의 시대가 되었다.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는 ‘자본 환상’은 폭력적인 칼로리 생산 메커니즘을 가동시켰고 세상은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로의 진화에 필요했던 칼로리는 인류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역방향의 힘으로 재현되고 있다.

 

다시 돌아보면 인류의 진화, 그 기적은 누군가의 희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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