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뜨개 - 첫 코부터 마지막 코까지 통째로 이야기가 되는 일 아무튼 시리즈 37
서라미 지음 / 제철소 / 202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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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가지로 나눈 뜨개이야기

서라미님의 아무튼, 뜨개.

니팅카페의 서평이벤트로 만나보았어요.

읽으며

"이건 내이야기 아닌가!"

를 연신 외치게 만드는

뜨개인이 녹아있는 책

아무튼, 뜨개


뜨개 에세이 [아무튼, 뜨개]를 받아들고 생각에 잠겼다.

도안책이나 동화책 , 요리책을 제외하고 책을 손에 쥐어본게 언제였는지

정말 오랜만에 읽어보는 일반도서(뜨개관련이지만^^;;)

첫장을 넘기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에게도 "이런것까지" 라 지칭 할 만한 뜨개용 물건이 제법 있다.

블로킹하려고 쇼파뒤에 고이 숨겨놓은 60X60퍼즐매트조각과

슬라임놀이키트에 들어있던 비즈볼은

아이들몰래 가져다 뜨개바구니에 숨겨 놓았다.

나열하려면 밤을 세워도 모자를 소소하고 소소한것들

첫장부터 공감 할 수밖에!

I Knit So I Don't Choke People.

아무튼,뜨개 '뜨개를 안해보셨군요'여덟번째장

약 200쪽의 책 내용 중 나를 가장 강하게 흔들었던 말

나도 뜨개를 하기 전

나와 내 남편의 목을 조르던 우울하고 슬프던 나날이 있었다.

낯선동네로의 이사

퇴근 후 운동을 하고 11시가 되어야 귀가를 하는 남편

엄마만 바라보는 두살된 시완이

11월의 늦가을이 그렇게 어둡고 갑갑할 수 가 없었다.

밤에 시완이를 재워놓고 지역카페를 둘러보는일이 취미였다.

카페를 둘러보다가 꽃이 수놓인 수세미를 보고

무슨용기가 어디에 있었던건지

배우고싶다고 가르쳐달라고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같은 시 이지만 버스로 왕복 한시간이 넘는 거리

두살이라지만 16개월짜리 잘 걷지 못하는 꼬꼬마를 띠로동여매고

가방에 온갖 아이용품을 챙겨매고

실뭉치랑 바늘하나를 더 챙겨 길을 나섰었다.

그렇게 뜨개에 입문을 하고

뜨개에 집중하며

남편의 취미로 인한 늦은 귀가에도

조금은 이해를 해주며 너그러워지는 사람이 되었다.

남편이 읽으면 콧방귀 뀔지도 모르겠지만..

뜨개를 하며 내 가슴 속에는 확실히 너그러움이 자리잡았다.

나도 내가 하고싶은걸 찾았으니까!

푼 실을 그때 그때 정리하지 않고 신나게 풀기만하면 (중략)

바닥에는 도저히 손댈 수 없을 것 같은 카오스 한 뭉치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아무튼,뜨개 '엉킨 실타래를 푼다는것' 칠십번째장

뜨개란 참 신기한게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코를 빠트린다던지 무늬를 틀린다던지 하기 일수다.

주루루룩 잡아당겨 푼 실은 처음엔 그대로 잘 있어 주다가

이내 점점 서로 굴러다니다가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걷잡을 수 없게 엉켜있곤 한데

이걸 툭툭 잘라내는 것 보다

시간을 들이더라도

악착같이 풀어내는 묘미가 있다.

뜨개에 빠질수록 이것 참 미안한 게 많은 취미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 나온 실을 사서 미안하고, 좋아하는 바늘의 짧ㅇ느 버전을 또 사서 미안하고,사려다 못 산 뜨개 책을 기어이 사서 미안하다

아무튼,뜨개 '자기 분열적 뜨개와 존재의 증명' 칠십구번째장

취미생활이란 참 돈이 많이 든다.

꼭 뜨개뿐이 아니다.

남편은 지금의 운동인 배드민턴을 하기 전에 야구를 했었다.

결혼 전이어서 같이 야구매장에 가서 가방과 헬멧을 일시불로 선물해 준적 있다.

그 야구가방과 헬멧은 우리집 선반 구석에 크게 자리잡고있다.

배드민턴도 참 많이 든다.

클럽과 콕을 사야하고 운동복도 사야하고

관절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보호대도 사야하고

하지만 남편의 취미생활은...

산것들이 모두 소비가 되는 것들...

나의 사랑하는 뜨개는

흔적을 참 많이도 남긴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각종 실들과 부자재들

사용처별 제조사별 재질별 다른 바늘들

같은 면 100%여도 굵기가 다르고 색감이 다르고

뜨개는...쟁일 수 밖에 없는 취미라고

같이 뜨개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하며 위안 삼는다.

하지만..많이 사긴 하나보다

집에 택배가 오면 다섯살된 시완이는 질문한다.

"엄마 이 택배도 엄마꺼야?"

"그럼, 이 택배도 실이야?"

"엄마는 뭐 맨날 실만 사는줄 알아~?"

해보지만...

"응..맞아 실이야..."

영상을 재생하다가 마디마디 털이 무성한 할아버지의 손이 등장해 깜짝 놀란 적도 있다. 그 덕분에 지금은 오른 코 늘리기를 헷갈리지 않는다

아무튼,뜨개 '뜨개 하는 남자들' 백사십육번째장

뜨개하는 남자들을 본적이 있다.

뜨개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니트러브의 조성진사장님은

TV프로에도 나왔을 정도로 뜨개하는 남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리 크게 다가오진 않았다.

뜨개용품을 파는 분이니 뜨개를 하는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니트카페'에서 한참 셔들형식의 스웨터가 유행이었다.

한분 한분이 뜬 작품들을 감상하다가

남자친구에게 떠주고 싶다는 글에 달린 글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 안나지만

회원분중에 남자분들이 계시고 그분들중 어떤분이 어떤 스웨터를 직접 떠서 올린게 있으니 참고해 봐라 라는 글이었던거같다.

당장 찾아가서 구경을 했다.

한두벌이 아니다

손땀도 예쁘고

모델착샷도 훌륭했다.

그분은 11월달의 베스트아이템으로 선정이되어

니트카페 대문에 그분의 작품이 멋드러지게 전시되어있다.

생각해보면

학교다닐때 남자아이 여자아이 할것 없이

기술 시간에 자동차정비에 관해 배웠고

스킬자수를 해서 수행평가 점수를 받았었고

쉬는시간에 다같이 모여앉아

키링용 십자수를 함께 만들었었다.

남자도 뜨개를 당연히 할 수 있다.

내가 망각하고 있었을 뿐


이 책을 읽으며

뜨개를 시작하게 된 계기

뜨개를 하며 느끼는 감정들

다 다르지만

뜨개로 얻는 위로와 기쁨은 다 같다는걸 다시한번 느꼈다.

에세이에 생소한 나 였기에 조금은 어색함이 있었지만

이 사람은 이런걸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이 부분은 어쩜 정말 내마음과 쏙 닮았구나.

를 생각하며 한자 한자를 읽었고

참 반갑고 즐거웠다.

요리책 도안책 동화책이 아닌

그냥 책을 손에 잡아본것에 반가웠고,

뜨개하는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전 세계에 수도없이 많이 있다는 것에서 오는 든든함도 기뻤다.

이 책을 읽게 되어 다시한번

뜨개를 하며 위축이 되고

조바심이 났던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여유로워졌다.

실좀 쌓일 수도 있는거지 뭐

꼭 뜨기위해서만 사는것도 아닌걸 뭐

예쁜아이들은 소장해줘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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