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막바지, 연암은 자신이 던진 화두에 대해 하나의 답을 찾아낸다. 고북구 장성을 지나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는 강행군을할 때였다. 설상가상으로, 견마잡이 창대가 발을 다쳐 뒷수레에 실려오고 연암이 홀로 말을 타고 물을 건너는데, 그야말로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순간이었다. 폭우로 범람한 강을 하룻밤에 아홉 번이나 건너 면서 연암은 ‘이제야 비로소 도를 깨우쳤노라‘ 고 소리친다. 그가 말하는 도는 명심眞心이다. 명심, 말 그대로 어두운 마음‘ 이다. 도가 어 두운 마음이라니, 웬 선문답? 도를 깨치면 눈이 밝아져 사방천지가훤히 드러나야지, 다시 깜깜해진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이게바로 연암식 패러독스다. 그가 말하는 명심이란 ‘이목耳目의 누宗, 곧분별망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뜻한다. 분별을 내려놓는 그 순간,
‘목전에 펼쳐지는 깊은 적막과 평정, 연암은 그것을 눈과 귀가 사라 지는 ‘어둠‘ 으로 표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