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졸업했던 대학교에 갈 일이 있었다. 경기도에 있는 학교지만 학교 주변에 논밭이 펼쳐진 풍경이 있어서 시골에 온 느낌이었다. 버스를 타고 학교 주변을 달리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이곳에서 생활하려면 한 달에 생활비가 얼마나 들까? 시골에서 욕심 없이 살면 지금보다는 편안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곳에서 아이를 키운다면 괜찮지 않을까? '
별생각 없이 떠오른 생각인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내가 수도권의 밀도에 꽤 지쳐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그래도 내 스트레스를 조절하기 위해 운동도 하고,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 장소도 있고, 해소법도 가지고 있으며 소소한 것에 행복감을 자주 느끼는 타입이라 책에서 말하는 긍정 정서 경험은 많이 하고 있는 편이지만 이것이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로 이어지진 않는다. 왜냐하면 결혼에 대하여는 너무 많은 사회의 틀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꽤 20대 초반부터 결혼식을 작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공주님 드레스를 입을 필요도 없고 나에게 잘 어울리는 단아한 원피스 정도를 입고, 하객들에게 맛있는 식사 한 끼 대접할 수 있는 장소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스냅 촬영 정도는 하고 싶지만 스튜디오 촬영을 꼭 해야 할지 의문이 있었고, 신혼집도 가능하다면 원룸 두개로 해서 각자 옆집에 살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지금 생각하니 이건 조금 극단적이었던 상상이었다.) 남편은 나랑 이야기가 잘 통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상상했다.
하지만 몇몇 결혼식에 가서 하객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조건이 주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걸 알게 되었다. 남편의 학력, 회사, 가족의 재력, 신혼집의 위치, 신혼집의 형태, 결혼식장의 크기, 손님의 수, 예단, 예물, 혼수 등... 뭐 이렇게 타인의 결혼생활에 관심이 많은 걸까? 신경 끄고 흘려들으면 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나도 저 입방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결혼이라는 건 정말 어려운 것이구나 답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