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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 - 일본의 사례, 1945-2012년 ㅣ 메디치 WEA 총서 1
마고사키 우케루 지음, 양기호 옮김, 문정인 해제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4월
평점 :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찹찹해진다. 우리나라가 일제의 압박에서 벗어난 계기가 된 태평양전쟁의 미국의 승리를 어떻게 받아들여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제는 다른 민족을 강압적으로 제압하여 굴복시키고 지배하려 한 만행을 저지르고 여전히 반성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 단지 패망 이후 일본 내에서 자기들이 전쟁 피해자라는 피해의식만이 만연한 듯 하다. 이는 자신들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며,본인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는 전혀 돌이켜보고 반성하지 않는 수준미달의 행동이다. 이런 일본에 대해 나는 자업자득이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다른 민족을 괴롭혔으면 분명 자신들에게도 그 화가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국이 전후 일본을 지배한 것을 동정할 가치도 없으며, 일본에 대한 어떠한 동정심도 없다. 분명 일본은 패망 이후에 피해를 본 아시아 국가들에게 충분히 사죄의 시간이 있었지만 그렇게 행동하질 않았다. 비교하자면 같은 2차 대전 전범국인 독일은 유럽의 피해국가에 보상과 사과의 뜻을 수없이 전한 것으로 안다. 이 부분이 독일과 비교되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무조건 항복을 한 이후로 일본의 정치, 경제 등 특히 미국과의 관계 전반에 관해 살펴볼 수 있다. 종전 후 일본은 미국의 간접통치를 받는다. 이 때문에 일본경제는 피폐해지고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직간접적인 간섭을 받으며 미국에 반하는 정책을 펼치지 못한다. 또한 7년 가까이 미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일본의 정치, 경제는 특이한 현상을 겪는데 일본 정치가 미국에 종속되어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에게도 존재하는 친미, 반미 세력이 있듯이 일본에서도 추종세력과 자주세력이 나타나게 된다. 양분되는 세력이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일본의 자주세력은 정치적인 힘을 쓰지 못한다. 미국에 의해 주도적으로 숙청되거나 일본 정치계에서 외면을 받아 힘을 거의 못쓴다. 그만큼 미국의 영향력은 오랜 세월 일본 정치에 고착화되어 현재까지도 영향을 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에 반하는 정책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본의 정치계와 이면에 드러나지 않는 사건들을 외교관의 눈으로 세세히 파헤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펼친 힘을 절실히 실감하게 된다.
그저 미국의 추종자인 일본이 과연 아시아에서 자존심을 세우려는 행동이 올바른가를 생각하게 한다.한쪽에서는 미국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고 한쪽에서는 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지들이 뿌린 씨앗이니까 당연히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속이 편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상황을 우리와 미국과의 관계에 투영해보면 단지 다른 나라의 일로만 일축하기는 어렵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을 대항할만한 나라를 찾기가 어렵다. 소련이 냉전시대에 미국에 대항하는 유일한 국가였지만 21세기가 도래하기 전에 와해되었다. 그 이후로 대적할 나라를 중국으로 보고 있는데, 여전히 중국은 갈 길이 멀다.
이 책은 전후 일본의 정치, 경제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기에 적당하며, 미국과 일본의 관계를 예사롭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해방 후 미국이 한반도에 진출하고 6.25전쟁을 겪으면서 미국의 영향력은 더욱 거세진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서 다양한 압력을 받아왔다. 단순하게 미국이 우방국이라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한 나라의 자주권은 스스로가 지키는 것이지 타국에 의존해서는 절대 자주적인 국가가 될 수 없다. 일본이 자주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난 몇 십 년간의 우리를 스스로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자주적인 국가가 되려면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하며 의사결정에 있어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아야 한다. 그 후에 주변정세에 따른 전략적인 정책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자주국가가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