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신자유주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우리나라에서 IMF 이후에 신자유주의나 세계화라는 단어가 회자되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는 이 말들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언론이나 국가에서 신자유주의 물결에 맞춰 우리 경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에 고객을 끄덕였을 뿐이다. 그런 와중에도 한편에서는 반세계화를 외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G20 회의나 세계화 포럼 같은 곳에서는 항상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던 사람들을 언론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왜 그렇게 반세계화를 외치며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 본질을 조금이나마 알면서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공허한 메아리가 이제는 울부짖는 소리로 다가온다. 남들 이야기가 나에게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물결이 우리경제에 뻗친 지금은 경제성장의 둔화, 실업률 증가, 소득 분배의 불균형, 경제발전의 불균형 등 부의 편중현상이 눈에 띄게 늘었다. 과연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이 책은 신자유주의의 의미와 그것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신자유주의가 이념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이후는 개발도상국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많은 극빈국이나 개발도상국가들의 경제발전을 견제하거나 마음껏 유린하기 위한 선진국들의 조치라는 것이 핵심이다. 나라마다 경제발전의 차이가 분명 존재하는데 그런걸 모두 무시하고 경쟁한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경쟁을 위해서는 보호하고 성장시키는 시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없이 어린아이와 성인 간의 권투시합을 한다면 승리는 불 보듯 뻔한다. 선진국들은 과거 보호주의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고 어느 정도 산업 경쟁력을 갖추고는 향후 잠정적 경쟁국이 될 수 있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 전면에는 WTO, IMF, 세계은행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막강한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조직들이 선봉에 있다. 저자의 강력한 비판은 그들 잘사는 나라들이 주창하는 신자유주의 채택으로 많은 국가들이 경제성장의 동력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전반적인 느낌은 비즈니스 세계의 냉혹함을 볼 수 있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도 그렇지만 국간 간에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잔혹한 경쟁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책으로만 부르짖던 세계평화나 잘사는 세상은 책으로만 존재할 뿐이지 현실세계에서는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구호이다. 그들은 가난한 나라사람들이 굶주림에 죽던 말던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저 자국의 이익… 면밀히 말하면 잘사는 나라 정부의 이익을 위해서만 경제논리가 움직인다는 것이다.이 책을 읽고는 “과연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같이 행복할 수는 없는가?”라는 절망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다소 신자유주의에 대해 극단적인 경계와 우려가 책 전반에 묻어나지만 저자의 주장을 그냥 흘러 들을 수만은 없다. 많은 사례와 타당한 이유가 충분히 뒷받침되어 글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작은 휴유증이라면 신자유주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이 책의 주장만을 믿고 신자자유주의를 배척하는 심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바람은 신자유주의 본질에 대해 좀 더 접근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도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 희망적인 내용을 싣기는 했지만 과연 인류가 존재한 이후로 인간의 행복을 위한 제도나 실행이 있었나 싶다. 이런 마음이 이 책의 후유증이라면 설명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