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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가야사 이야기 - 발로 쓴 700년 가야왕국의 비밀
박창희 지음 / 이른아침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가야사는 진흙 속에 묻힌 보물인가? 한반도에 존재했던 고대 왕국이면서도 우리에게는 왠지 낯선 이름이다. 그만큼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고, 삼국의 그늘에 가려 그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숨겨진 보물과도 같은 가야사가 현대에 들어와서 많은 연구와 발굴 작업이 시작된 듯 하다. 가야라는 이름으로 불린 소국 연합체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고대왕국이다. 삼국시대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가야를 비롯한 부여, 마한의 소국 등 다양한 국가들이 존재했으며 나름대로 찬란한 문화를 발전시켜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다양성이 존재하던 그 시대를 삼국시대라는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부족함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야라는 나라가 얼마나 활기차고 문화적으로 성숙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중앙집권적 국가의 틀을 갖추지 못했지만, 강대국 사이에서 600여 년을 버티며 나름대로의 문화를 발전시켜 후대에까지 영향을 끼친 것만 봐도 가야는 예사롭지 않았던 나라이다. 가야의 각 나라들은 국제 무역의 중심지이면서 국제 정세에 발맞춰 뛰어난 외교전략을 펼쳤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다양한 철기류를 제작하고 국제무역에 이용하여 국가적 위상이 한층 드높아졌다. 인접한 신라와 백제와는 다른 토기류를 발전시켜 그들의 생활이 얼마나 성숙했었는지 지레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가야는 일제 식민지배 시기에 역사가 왜곡되어 일본이 한반도 이남을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의 근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민족적으로 얼마나 뼈아픈 일인가. 자국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주변국의 입맛대로 뜯어 고쳐지고 변형되어 그 본래의 모습을 찾기가 힘들어 졌다. 또한 가야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현재도 존재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가야사를 연구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왜곡되게 인식하는 것도 문제지만, 파악하려는 시도조차 못해 외국의 입김대로 휘청거리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현대는 자국의 역사를 이용하여 다양한 문화상품을 만들고 있다. 이는 현대 기술을 이용하여 만드는 제품들보다 더 부를 이끌 수 있으며, 막강한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땅은 굉장히 좁다. 이런 지리적 불리함이 있으면서도 우리 역사는 장구한 세월 동안 다양한 문화를 꽃피웠다. 이는 천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 다양함의 근원은 가야사가 존재하던 그 시절이다. 이런 우리의 다양한 역사를 제대로 연구하여 공부시킨다면 우리는 중국의 역사나 유럽의 역사보다 더 다양하고 화려한 문화들을 소개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