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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와 직녀 ㅣ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9
셀린느 라빅네뜨 지음, 김동성 그림, 이경혜 옮김 / 현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에 할머니에게 듣던 이야기를 책으로 읽을 수 있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책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옛 생각도 나고 잠깐 동안이지만 과거를 추억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느낌을 그대로 내 딸에게 전해주고 싶네요. 먼 훗날 내 딸이 나만큼 나이가 들어 지금을 회상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이지요. 그러면 나는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로 남은 거겠지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견우와 직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입니다. 그런데 다소 특이한 것은 이 책을 펴낸 곳은 한국이 아니라 프랑스입니다.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림을 보나 내용을 보나 분명 한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이 책을 머나먼 외국에서 외국인이 글을 썼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에는 나름 사연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할머니의 이야기로만 들어서 견우와 직녀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섭렵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서인지 이 책을 보면서 그림에 감탄하고 지금 시대에도 이런 애절한 사랑이 있을까라는 감성적인 분위기에 빠지느라 이야기의 옥의 티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책 후반부의 부연설명을 통해 이 이야기가 선녀와 나무꾼과 견우와 직녀 이야기가 섞였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잘 맞습니다. 가슴 절절한 견우와 직녀의 사랑이야기가 어쩜 그리도 선녀와 나무꾼을 붙여놔도 잘 어울리는지 모르겠네요. 또한 동화책에 그려진 그림은 절제된 듯 하면서도 애절함이 묻어나옵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림에 묻혀 글씨를 알아보지 못하는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글씨 색상을 다른 색으로 바꿨으면 좋았으리라 나름 생각해봅니다.
딸아이를 위해서 전래동화 전집을 사야겠다는 마음만 간직한 채 몇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전래동화를 섭렵하여 잠자리에 든 아이에게 도란도란 옛날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소박한 마음은 여전합니다. 이 책이라면 나의 소원을 이뤄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봤습니다. 이야기는 퓨전이지만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