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아버지의 필름 카메라를 몰래 들고 나가서 그냥 찍고 싶은 대로 아무렇게나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전문지식 없이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찍었지만 카메라로 바로 보던 세상이 너무 좋았다. 촬영 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순간을 추억으로 담는다는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몇 년간 묶었던 필름을 인화했을 때 새록새록 피어나던 그때 그 기억들, 지난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 아마도 카메라의 매력은 이런 게 아닌가 싶다. 품에 앉은 카메라만으로도 설렘을 느끼던 시절을 뒤로하고 결혼을 했을 때까지도 특별히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없다. 그 후 아이가 생기고 나서야 붐이 일어난 DSLR 카메라를 장만하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 수많은 사진을 찍어서 추억을 만들겠다는 부푼 꿈을 갖고 장만을 했지만, DSLR이 무색할 정도로 촬영기술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카메라 한쪽 상단에 자리잡고 있는 MASP가 무엇인지 몰랐고, 그저 AUTO로만 놓고 찍었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내가 너무 무지하게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라는 생각뿐이다.
나처럼 DSLR 카메라는 있으되 촬영기술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이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카메라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이얼과 버튼들에 대해 간략하지만 꼭 필요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의 구조와 명칭을 모르고서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겠는가? 이런 초보자들을 위해 첫 장에는 카메라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각 기능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조리개와 셔터 속도 등의 관계 등 빛과 카메라의 관계를 설명한다. 이로써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를 어떻게 작동시켜야 하는지를 이해하게 만든다. 또한 이와 같은 기술적인 설명뿐만 아니라 사진을 찍는다는 의미에 대해서도 저자 나름대로의 생각을 피력함으로써 저자의 철학을 말하고 있다. 이는 사진을 찍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무턱대고 아무렇게나 찍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내 생각을 사진 속에 나타내려는 노력일 것이다.
이 책에서 특히 강조하여 설명하는 것은 빛과의 상관관계이다. 풍경이나 사물을 카메라에 담을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빛이라고 저자는 강조하며, “좋은 사진은 좋은 빛에서 탄생한다.”주장하며 빛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단순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찍고자 하는 사물과 빛의 상관관계를 잘 이해하며 이를 화면에 담는 것이다. 그만큼 빛의 방향이나 강도가 사진의 느낌이 다르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렇기에 이 책에서는 빛에 따라 사진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한 설명을 많은 부분 할애한다. 빛의 방향에 따라 달걀사진을 찍는 방법을 권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연습을 통해 빛에 따른 변화를 연습하도록 하고 있다. 중요하게 설명해야 하는 부분은 사진을 실어 촬영구도, 정보, 촬영포인트 등을 설명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쉽게 따라 하도록 했다. 물론 사진에 대한 기술적 설명뿐만 아니라 저자의 의견을 수록해서 초보자들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좋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개인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책을 읽는다고 하여도 개인의 노력 없이 직접 사진을 찍어보지 않는다면 좋은 책이 의미가 없다. 분명 이 책은 촬영기술을 습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만약 장롱 속에서 묻어두고 있는 카메라가 있다면 다시 한번 전열을 가다듬고 노력을 한다면 평생에 남을 좋은 추억들을 많이 남길 것이다. 아마도 다시 한번 사진의 매력에 푹 빠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