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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 - 정의를 위한 처절한 2인의 전쟁 국민 90%가 모르는 이야기
이동형 지음 / 왕의서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 현대사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그야말로 격변의 시대였다. 일제치하에서 해방된 후 나라의 기틀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남북의 전쟁을 뼈아픈 상처를 겪게 되고, 전쟁 후에는 찢어지게 가난한 삶과 쓰레기 같은 정치현실이 쭈욱 닥치게 된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정치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시급한지라 누가 정치를 하던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그저 배고픔을 면하게 해줄 수 있는 인물이면 족했을 것이다. 물론 시대에 따라 요구하는 정치상도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현실이 어땠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고 이 책이 한국 현대사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품위 있는 교양서적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왜냐하면 인터넷 악플 수준의 필체나 표현이 자주 나오곤 한다. 아마도 직장인 술자리에서 상사를 안주 삼아 씹어대는 수준의 글이라면 적당할 것이다. 너무 비하했나? 뭐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이런 표현이 자주 등장하기에 책에서 말하고픈 요지를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말이다.
여기서는 박정희 시대부터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까지의 현대사를 짓궂은 표현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당연히 YS와 DJ가 주연으로 등장하며 그들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걸어왔던 발자취들을 되새겨 보게 된다. 그들의 개인적 특징이나 정치적으로 추구했던 부분의 장단점을 말하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정치사의 구린내 나는 뒷이야기를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 확인된 사실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저자의 추정까지만 기록을 해서 그 이후의 판단은 온전히 독자에게 맡겼다. 이 부분 역시 못내 아쉽다. 20세기 한국의 대통령 선거의 단골은 YS, DJ, JP였다. 그들이 근 몇 십 년 동안 대통령 후보에 지겹도록 출마를 하였다. 이 때문에 나는 어린 시절에 저 사람들만 당연히 대통령 선거에 나와야 하는가 보다라는 어이없는 생각을 가져본 적도 있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분명히 많은 노력을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쉬웠던 점들이나 잘했던 점들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그 둘은 야당의 지도자로서 비슷한 길을 걷는 듯 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길을 걸었다는 걸 알게 된다.
단지 책에서도 세상의 정치색을 진보와 보수라는 극단적인 편가르기로 양분화했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분명 해방 이후에 우리나라는 해묵은 진보와 보수간의 갈등이 심화되었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였다. 분명한 것은 국민들은 진보와 보수 이외에도 많은 색깔의 정치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그들의 목소리보다는 진보와 보수 두 집단의 목소리가 너무도 커서 다른 집단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뿐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희생으로 민주주의의 발을 내딛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약간 후퇴된 편협한 시대로 회귀된 듯도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민주주의에 대해 조금이나마 맛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진정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고통 없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자든 철통정치를 지지하는 자든 간에 국민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알고 정책을 펼 수 있는 사람이 앞으로는 정치인이 되었으면 한다. 무릇 대통령이란 특정 계층만을 옹호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사람이어야 한다. 부디 다음 대선에서는 이런 사람이 나오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