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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 세상을 논하다 - 성호 이익의 비망록, <성호사설>을 다시 읽다 ㅣ 뉴아카이브 총서 3
강명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평점 :
예나 지금이나 정치행태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조선시대 후기의 모습이 지금과 얼마나 많이 닮았는지 알 수 있다. 이렇기에 지금 우리는 모습이 두렵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위한다는 허울좋은 모습으로 치장하지만 그 속내는 정당이나 자기 뱃속만 채우겠다는 시커먼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요즘 한참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서울시의 무상급식의 문제만 보더라도 옳고 그름이야 어찌됐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메치나 엎치나 매한가지 인 것을 핏대를 세워가며 자기주장을 피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시절에 배운 것처럼 대화를 통해 충분히 풀어갈 문제인데 말이다. 아마도 이런 일들은 인간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갖게 된 태생적인 문제인 듯싶다. 부의 창출과 함께 기득권층과 피지배계층 나누고 계층간에 소통부재로 인해 거리가 멀어지면서 온갖 사회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방안들이 제시되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답이 없는 듯 하다. 만약 현재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한계를 우리나 후손들이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깊이 있는 사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의 저자 성호 이익도 그 시대의 부조리를 타파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법과 생각을 피력했으나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것이 끝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은 우리의 선조들도 백성을 위해 많은 궁리를 모색했다는 것을 안 것이다. 물론 이런저런 방안들이 사회적으로 제도화되어 실행에 옮겨졌다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이지만 이런 시도는 있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요즘의 정치행태를 빗대어 볼 수 있어서 사리판별 능력을 조금이나마 습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성호가 살던 그 시대에도 망국적 제도들이 난무하여 백성들을 괴롭혔는데 이를 바로잡을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이는 지배층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잘못인 줄 알면서도 바로잡지 않았던 것이다. 나라에서는 가혹한 세금으로 백성들을 굶주리게 하고 유리걸식하게 만들었다. 이는 국가적 체계가 완전히 붕괴되어 계층간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회적 악법이나 악습들은 가히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그러한 상황에서 성호 이익은 사회 지배층의 입장에서 백성들을 살리는 방법을 제안한 식자들이 있었다는 것은 망국의 기로에서 그나마 몇 백 년을 연명하게 된 원동력이 아니였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성호의 이런 제안들도 조선시대 유교적 태두리 안에서 벗어나는 파격적인 행동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이러한 시도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집고 넘어가 볼만하다. 그는 여러 분량에 걸쳐 조선시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나름대로의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한계를 보인다. 특히 남녀관계에 대해서는 성리학자로서의 고리타분한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 느낌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조선시대는 오직 양반들을 위한 사회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당쟁을 일삼으며 정치적인 정적을 제거하는데 열중했다. 이런 비상한 머리로 나라를 살리려고 노력했다면 우리의 역사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답답함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선조들의 그릇된 행동을 고치지 못한 행위 때문에 후세의 많은 사람들은 수 없는 고통을 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명심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누군가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였다. 우리가 현재 넋 놓고 조선후기의 모습을 반복한다면 미래에 어느 시점에 외세의 힘에 굴복하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특정 인물의 의견일수도 있으나 그 뜻이 그릇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번쯤 되짚어 본다면 현재 우리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책을 찾을 수도 있다. 많은 모습이 조선후기와 지금과 닮아있다. 어쩌면 지금이 사회적 위기일 수도 있으며 기회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