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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진 음지 - 조정래 장편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평점 :
우리나라의 그늘진 곳을 가슴 찡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그다지 오래 전 이야기가 아닌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 겪었을 듯한 이야기를 서민의 시각으로 사회의 한 단면을 잘 담아냈다.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 동안 경제발전을 급속도로 이뤄내어 양날의 검과 같은 음지와 양지가 존재하고 있다. 어느 사회에서도 존재하는 것이지만 서구의 여러 나라들은 수 백년 동안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그와 연관된 사회복지 등의 제도가 덩달아 발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제 위주의 고속성장을 지향하다 보니까 복지 정책의 마련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그늘진 사각지대에서 많은 소시민들이 희생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이렇듯 휘황찬란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게 된 것도 사회 밑바탕에서 보이지 않는 희생이 따랐기에 오늘날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다. 항상 앞 만보고 내달리기를 원하는 나에게 숨 고르기를 하며 뒤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안겨줬다.
이 책의 주인공은 70년대를 살아가며, 서울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온 우리의 아버지의 모습이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기에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했고, 많은 시련을 겪으며 그런 와중에 따뜻한 정을 느껴가며 살아간다. 이 소설의 주인공 덕천 영감은 가진 것 없이 아들, 딸을 데리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하여 한서린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여 구성지게 쓰여졌다. 그는 종종 탄식하듯이 우리사회의 빈부격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억척같이 삶을 살아간다. 그 어느 시대보다도 이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은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며 열정적인 삶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6.25전쟁을 겪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경제개발의 주역으로 살았으니 말이다. 소설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여러 모습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참 공부하며 뛰어다닐 시기에 삶의 현장으로 나가는 어린 아들, 딸들의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막막하면서도 삶에 대한 열정을 불끈 솟는다.
이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우리 부모세대들이 있기에 우리는 여기서 좌절할 수가 없다. 요즘에 경기가 어려워져서 자살 등의 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아무렴 그때보다 더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에 그 시절을 살아간 우리 부모님 세대들도 꿋꿋하게 버티며 살았는데 용기를 잃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우리사회의 보이지 않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지만 소설 속 주인공을 가만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고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내 모습이 처량하다. 현재 우리사회의 주변을 둘러보게 되더라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은 지금 노인이 되어서도 편하게 살지 못한다. 세월은 흘러 시대는 바뀌었지만 이 소설에서 말하는 것이 그저 지나간 과거의 모습만은 아니다.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금도 이런 현실이 존재한다. 그런 손길이 닿지 않는 비탈진 음지를 향해 우리는 어떠한 손짓을 해야 하는 것인가, 고민을 해본다.